“‘얼음공주’란 별명 잘 알고 있죠. 이제 시간이 흘렀으니, 공주가 여왕이 될 때가 오지 않았나요? 하하.”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43·사진)이 3년6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캐나다를 대표하는 관현악단인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5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OSM 내한 공연 기자회견에서 한은 “한국에 올 때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관객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맞아줘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아시아 공연을 한국에서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은 10세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천재 소녀’에서 한 번 받기도 힘든 그래미상을 세 차례(2003·2008·2014년) 수상한 ‘21세기 바이올린 여제’로 성장했다. 10대 때부터 무표정한 얼굴로 냉정하면서도 치열하게 연주한다는 이유로 ‘얼음 공주’란 별명이 붙었다. 국내에선 2008년 BBC 필하모닉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 도이치 캄퍼필 내한공연까지 다섯 차례 협연 무대를 가졌다.
OSM과 함께하는 여섯 번째 내한 무대의 연주곡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다. 한이 지난해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과 작업한 앨범 ‘파리(Paris)’에도 수록한 곡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고 오랫동안 연주해온 작품”이라며 “파리에서 초연된 곡으로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이지만) 프랑스 느낌이 난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선 올해부터 OSM의 음악감독을 맡은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42)가 지휘봉을 잡는다. 한은 파야레가 이끄는 OSM과 지난해 몬트리올 협연(드보르자크 협주곡)에 이어 이번 내한 공연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한은 “리허설 때 음악이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며 “프랑스 음악에 강점을 지닌 OSM의 개성과 저만의 개성이 만나 전 세계에 하나뿐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SM은 공연 후반부에 4악장 ‘아다지에토’로 잘 알려진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파야레는 선곡 배경에 대해 “음악감독 취임 이후 OSM과 ‘말러 사이클(교향곡 전곡 연주)’을 하고 있다”며 “말러 곡 중 희망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5번을 한국 관객에게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