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하나로 사막·숲·뉴욕 변신…현실처럼 생생한 '가상 스튜디오'

입력 2022-07-05 17:35
수정 2022-07-06 00:30

말발굽 모양의 스튜디오를 빙 둘러싼 LED 화면에는 온통 모래뿐이다. 배경은 사하라 사막. 버튼을 누르자 사막은 곧바로 숲이 된다. 다시 한 번 누르니 ‘나무 숲’은 미국 뉴욕의 ‘빌딩 숲’으로 변한다. CJ ENM 관계자는 “이런 화면을 띄워놓고 영화를 찍으면 실제 그 장소에서 촬영한 것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고 했다.

CJ ENM이 지난 4월 완공한 국내 최대 규모 영화제작 스튜디오인 ‘파주 스튜디오센터’를 5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CJ ENM은 경기 파주시 헤이리 출판단지 옆에 있는 이 센터를 짓기 위해 2년6개월 동안 2000억원을 투입했다. 축구장 29개 규모(21만㎡)인 이 센터에는 13개의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핵심은 가상 스튜디오다. 지름 20m, 높이 7m 규모의 스튜디오 벽면에는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더 월’을 설치했다. 가상 스튜디오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만달로리안’을 제작할 때 사용한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등 미국 할리우드에도 밀리지 않는 규모다.

가상 스튜디오의 장점은 ‘생생함’이다. 기존 스튜디오는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배경을 입히는 방식을 쓴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은 상상력에 의지해 연기해야 한다. 가상 스튜디오는 초고화질로 촬영한 여러 배경을 LED 스크린에 띄운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다.

설치·철거할 필요가 없는 만큼 촬영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해외 로케이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CJ ENM은 가상 스튜디오를 광고와 라이브 커머스, 메타버스 등 다양한 미래형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상엽 CJ ENM 연구개발(R&D)센터장은 “가상 스튜디오를 통해 창작자들은 시·공간과 날씨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CJ ENM은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파주 스튜디오센터에선 연간 20여 편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데, 이는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올해 만들려는 콘텐츠(40여 편)의 절반만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전성철 커뮤니케이션 상무는 “파주 스튜디오 센터는 당분간 자체 콘텐츠 제작에만 사용할 것”이라며 “제2의 센터 확장을 위해 유휴 부지 내 스튜디오 증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