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장사업에서 올 상반기 8조원 규모를 수주하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간 매출도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전장사업이 TV·가전과 함께 주요 성장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5일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최근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일본 메이저 완성차업체의 5세대(5G) 고성능 텔레매틱스 등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업계에는 LG전자가 독일 벤츠와 BMW, 일본 혼다 등에 전장부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GM 등 고객社로 확보LG전자의 상반기 전장사업 수주액 8조원은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말 수주 잔액은 6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연내 사업화해 매출이 발생하는 수주는 제외한 수치”라며 “그만큼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전장사업은 세 축으로 나뉜다.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AG의 프리미엄 전기차 EQS 2022년형 모델과 프랑스 르노그룹의 전기차 신모델 메간 E-Tech,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 등에 공급 중이다.
LG전자는 이들 고객사를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해당하는 텔레매틱스(차량 무선 인터넷 기술)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35.2%로 1위다. 2위인 콘티넨털(25.3%)과의 격차도 크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시장에서도 지난해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ZKW는 자동차용 핵심 조명 부품인 헤드램프 분야에서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멕시코 공장 착공해 공급 확대LG전자의 전장사업이 급성장한 배경은 공급망관리(SCM) 경쟁력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전장부품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원화해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전장사업의 활발한 수주는 꾸준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약 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가량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인해 완성차업체의 가동률이 영향을 받은 가운데 이룬 성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수주 증가에 따라 생산량이 늘고 있어서다. LG마그나는 인천, 중국 난징에 이어 최근 멕시코에서 세 번째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LG마그나는 멕시코 코아우일라주 라모스 아리즈페에 2023년까지 연면적 2만5000㎡ 규모의 생산공장을 지어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장착할 구동모터,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전무)은 “전장사업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