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텍시스템, 삼성 꼬리표 떼고 업계 1위 도약

입력 2022-07-05 17:12
수정 2022-07-06 00:46
‘삼성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되레 독이 됐다. 찾아가는 곳마다 삼성 계열사를 제외한 기업과 일한 사례를 요구하기 일쑤였다. “그 1호 사례를 만들려고 왔다”는 말에 기업들은 손사래를 쳤다. 천신만고 끝에 외국계 기업 한 곳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가까스로 물꼬를 텄다. ‘역시 삼성 출신은 다르다’는 평가가 입소문을 탔고 곳곳에서 연락이 이어졌다. 국내 1위 유인경비 전문기업 에스텍시스템 얘기다.

이병화 에스텍시스템 대표(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명품 기업’ 반열에 올랐다”며 “병원, 호텔, 유통, 식음료 매장, 기업 사옥 및 제조 현장 등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에스텍시스템은 1999년 삼성그룹 보안 계열사 에스원에서 분사해 100% 종업원지주회사로 출범한 유인경비 전문업체다. 유인경비는 훈련된 전문요원이 각종 위험에서 고객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능을 인정받으면서 독립 당시 4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800억원으로 불어났다. 독립 이후 작년까지 22년간 쉬지 않고 역대 최고 매출을 갈아치웠다. 올해 매출 예상치는 8600억원으로 23년 연속 매출 신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유인경비가 끌고 시설관리가 밀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업종별 대표 기업 대부분이 고객이다. 올해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시그니엘레지던스 서울, KB손해보험 사옥 등 신규 고객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이 대표는 “1년마다 재계약하는 게 업계 관행인데 우리는 거의 항상 자동 연장되고 새로 찾아오는 고객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뛰어든 시설관리업은 매해 20% 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소방사업도 알짜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에는 모두 에스텍시스템의 청정 소화약제 배포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또 다른 분야는 방역·방제 사업이다. 2015년 해충 및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종합 솔루션 브랜드 새니텍을 선보인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기존 고객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이 시장 지배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2년 계약 건수만 삼성전자 수원·기흥·평택 사업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이케아, 마리오아울렛, 신화푸드, 투썸플레이스 등 1만 건을 훌쩍 넘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