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6%에 진입하면서 서민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면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서민 경제를 짓누를 전망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했다. 5월 상승률인 5.4%보다 확대된 수준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더 높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7.4% 급등하면서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6월 기준 3.9%로 5월(3.3%)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아직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도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당장 7월엔 전기료와 가스비 가격이 상승한다. KB증권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10.5%, 4분기엔 15.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비는 주택용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 인상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전기 및 가스비 상승으로 직접적인 물가 상승 기여도는 0.3%포인트지만, 직·간접적인 물가 상승기여도를 고려하면 1%포인트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인상,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기대인플레이션이 3.9%까지 급등해 지금으로선 금리인상 명분이 충분하다"며 "최근 정부 차원에서 구두 개입을 통해 은행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이는 한은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앞두고 정책 공조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대출금리도 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빅스텝이 확정되면 기준금리는 단숨에 2.25%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르게 된다. 이만큼 대출금리가 올랐다고 가정하면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연간 114만원 늘어나게 된다.
특히 금리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예금은행의 5월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2.6%로, 2014년 1월(8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차주들은 급격하게 오르는 대출금리를 체감하고 있다. 직장인 박기영 씨는 "시중은행에서 작년 7월에 받았던 대출금리가 2%대 후반이었는데 현재 3.82%로 가파르게 올랐다"며 "다음 달 연장을 앞두고 있는데 금리가 4.55%로 변경된다는 문자를 받아, 다음달부터 더 이자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