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려면 꼭 갖춰야할 것들 [이진열의 스타트업 경영 전략]

입력 2022-07-05 09:52
수정 2022-07-05 09:53


[한경잡앤조이=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흔히 스타트업을 로켓에 비유한다. 저 우주 멀리 미지의 영역이 있고, 그 미지의 영역에는 달콤한 ‘성공’이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 성공이라는 우주를 향해 쏘아 올라가는 로켓과 닮아 있어서다. 하지만 대부분 이 ‘로켓’이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발사되어 궤도까지 올라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모두들 한 번쯤 영상으로 봤듯, 로켓이 발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폭발하거나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일정 궤도에 올라 우주로 날아간다면 엄청난 부를 누릴 수도 있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확률이 너무나도 낮다는 점이다. 게다가 추락했을 때는 잔해조차 남지 않을 만큼 처참히 세상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스타트업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리는 목표 궤도에 오를 수 있느냐, 아니면 처참히 추락해서 잔해로 남을 것이냐를 판가름하는, 여러 확률이 섞인 체스 게임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목표 궤도에 올라가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수를 둘 수 있을까. 많은 투자금을 모으면 가능할까? 좋은 인력을 모으면 가능할까? 예를 들어 보자. 로켓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자본이 많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들을 감내할 수 있게 해 주는 자본은 곧 스타트업의 체력과 같다. 그렇지만 자본‘만’으로는 절대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없는데, 자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켓이라는 하드웨어를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뿐 아니라, 궤도를 설계하고 예측하는 역량을 가진 전문가도 필요하다. 또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자본을 확보하고, 예산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충분한 돈과 멋진 팀을 갖추면 성공의 확률이 대폭 증가하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큰 자본과 좋은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하는 비즈니스와 프로젝트들이 모두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에 대한 쉬운 반증이 될 수 있겠다. 그럼 무엇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개인적으로, 그리고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는 바로 조직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하는 ‘사고의 틀’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자원으로, 좋은 전문가들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는 우리가 ‘달’에 가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자는 민간인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팔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수도 있겠다. 슬프게도, 이 모습이 우리 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트업, 더 나아가서는 기업이 직면하는 조직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되면 로켓을 잘 만들어 발사대에 오를 수는 있지만, 궤도에 성공적으로 오를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궤도’ 자체를 조직 내에서 각자 다르게 생각하며 설계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필자와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목표’ 그 자체로 이야기하지 않고 ‘사고의 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목표 그 자체보다 팀 내에 그 목표를 공유하고 체득하게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수와 상황을 겪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목표는 운명적으로 시시각각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시시각각 바뀌는 목표들을 조직 모두가 쉽고 빠르고 확실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변화하는 상황에 훨씬 중요한 요소다. 게다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특정 모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스타트업들과 달리 사업의 영역이 넓고,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들을 직면하면서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는 팀원이 모여 일을 하고 있어 조직의 ‘변화하는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궤도를 맞추는 것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고의 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OKR(Objective Key Results)이다. 여기서 OKR이란 인텔,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반으로 퍼져 나간 성과관리 기법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KPI와 유사한 개념인데, 회사 혹은 팀이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Objective)와 그 목표를 달성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핵심 지표(Key Results)를 설정해 팀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해주는 성과관리 프레임워크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직관적으로 이 OKR을 설명하면, ‘우리 회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특정 기간]동안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이를 [핵심 결과(Key Results)]로 측정하는 방법론’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OKR은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정말 많이 회자되었고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방법론이다. OKR에는 단순히 목표와 연동된 핵심 결과를 설정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조직에 잘 적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스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사 OKR을 설정한 후 각 조직별 OKR을 설정하기도 하고, 이를 주 단위로 점검한 후 얼마나 핵심 결과들에 집중해서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 핵심 결과들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지를 점수화해 체크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법론’들이 완벽히 적용되면 매우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이 방법론들 때문에 OKR을 팀에 도입하기가 솔직히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의 경우 이 ‘목표’가 생각보다 짧은 단위에서 바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 스타트업 일수록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보다 PMF(Product Market Fit)를 무한히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특정 시점에 잡은 목표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핵심 지표들이 쉽게 바뀌고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인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주 흔들리고 바뀌는 목표와 핵심 지표를 매주마다 관리하고, 회고하고, 변경해가는 과정들이 되려 조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에서 목표 달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큰 조직이나 이미 일정 궤도를 달성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이미 순항하고 있는 특정 영역이나 지표들이 마련돼 있다. 이를 테면, 직장인들이 “우리 회사는 일을 이렇게 안 하는데 돈을 이렇게 벌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회사들은 이미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돈을 버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단기간에도 크고 작은 핵심 지표의 변화나 개선들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초기일수록 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이런 이유로 어떻게 해도 단기간에 더 나은 방향으로의 ‘지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짧은 호흡으로 핵심 지표들의 변화를 따라가는 방법론이 조직에 정착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한국시니어연구소에도 명확히 존재한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재가요양서비스(방문요양서비스, 주간보호서비스 등)의 경우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선택하고, 경험하고, 지불하기까지 여러 허들이 존재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지표 개선들을 이뤄내기가 더더욱 어려운 환경에 있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1년만에 조직이 10명대에서 50명 대로 갑자기 빠르게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조직이 새로 생겨나면서 OKR을 전사에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상황도 있었다. 스스로도 이 글을 작성하면서 반성하는 바이지만, OKR을 회사의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오랫동안 갖고 있었음에도 이를 팀 내에 잘 도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한국시니어연구소는 OKR의 ‘방법론’보다는 그 ‘본질적인 철학’을 전체 조직에 심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즉, 회사의 비전과 특정 기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여러 방법과 환경을 통해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인식시키는 작업과 동시에, 각 팀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직접 만들어내게 하는 과정이 여기에 속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랜치소통’과 ‘타운홀 미팅’, 그리고 ‘팀별 워크샵’이 있다.



‘랜치소통’은 쉽게 말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인 필자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 팀원들이 랜덤으로 모여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다. 4-5명 정도의 팀원들이 모여 회사가 생각하고 있는 비전과 그에 연동된 현시점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하고,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좋은 인재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어려움과 고충을 나누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쌓여 있는 불만을 ‘토로’하는 성토의 장이 되기보다는, 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한국시니어연구소라는 배를 운전하고 있는 대표가 어떤 기준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나누는 자리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복지와 같이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데,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복지 그 자체’가 아니라 회사가 팀원들의 어떤 어려움을 해결해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자율 출퇴근제’라는 제도를 제안하는 경우, 그 제도 자체를 당장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만 ‘출퇴근 시간의 정체 때문에 길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팀원들의 삶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회사가 갖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타운홀 미팅도 형태만 다를 뿐 비슷한 목적으로 진행되는데, 매월 말일에 전사 팀원들이 모여서 다양한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각 팀의 이슈나 공유하고 싶은 주제들을 발표하기도 하는 모임의 일환이다. 이 때에도 각 팀과 조직에 궁금하거나 의문이 있는 것들을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꼭 가지는데, 가벼운 질문부터 굉장히 무겁고 어려운 질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회사가 특정 시점에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것을 해결해 나가고 싶은지를 공유하기도 하고, 앞선 랜치소통에서처럼 회사가 어떤 생각과 기준으로 각 사안들을 보고 판단하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대한 회사의 비전과 특정 시점의 목표에 대해 전체 팀원들이 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팀별 워크샵이 있다. 앞의 랜치소통과 타운홀이 회사, 그리고 팀을 이끄는 대표와 팀원들 간의 싱크를 맞추는 일이라면 팀별 워크샵은 팀 내에서 회사의 ‘목표’와 연동된 팀의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 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고민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내 가장 큰 조직이자 재가요양서비스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운영하고 있는 ‘요양사업본부’가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팀들이 현재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 본부와 회사는 어떤 목표와 핵심 지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현재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이번 워크샵에서 학습한 것들을 기반으로 전사 리더 워크샵과 다른 팀별 워크샵을 계획 중에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전사 하반기 OKR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글은 결코 필자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성공적인 목표달성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OKR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궁금하시거나 성공한 스타트업의 목표 달성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타트업은 수백번, 수천번 실패하더라도 어쨌든 달까지 로켓을 발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는 운명이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 이 글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고민과 실패, 시도들을 담은 글에 가깝다. 우리의 이런 시도들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알 수 없지만, 이 과정을 드러내고 공유함으로써 우리 팀도,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많은 스타트업들도 더 확고하고 단단한 목표와, 이에 대한 조직의 ‘사고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진열 씨는 '마이돌'이라는 팬덤서비스를 운영하다 매각했으며, 현재는 마이돌의 CTO였던 김선중 님과 함께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해 실버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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