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꼬리표 → "역시 다르다" 반전…대박 난 회사 [김병근의 남다른中企]

입력 2022-07-05 13:04
수정 2022-08-18 10:27
'삼성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되레 독이 됐다. 찾아가는 곳마다 삼성 계열사를 제외한 기업들과 일한 사례를 요구하기 일쑤였다. "그 1호 사례를 만들려고 왔다"는 말엔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외국계 기업 한 곳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가까스로 물꼬가 터졌다. '역시 삼성은 다르다'는 평가가 이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연락이 이어졌다. 국내 1위 유인경비 전문기업 에스텍시스템 얘기다.

이병화 에스텍시스템 대표는 "'잘한다'는 눈높이에 맞춰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명품' 반열에 올랐다"며 "병원, 호텔, 유통, 식음료, 기업체 사옥 및 제조현장 등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힘들다"고 5일 밝혔다.

에스텍시스템은 1999년 삼성그룹 보안 계열사 에스원에서 분사해 100% 종업원지주회사로 출범한 유인경비 전문업체다. 유인경비는 훈련된 전문요원이 각종 위험으로부터 고객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 기능을 인정받으면서 독립 당시 40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7800억원으로 불어났다. 독립 이래 작년까지 22년간 쉬지 않고 역대 최고 매출을 갈아치웠다. 올해 매출액 예상치는 8600억원으로 23년 연속 매출 신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실적 개선은 유인경비가 끌고 시설관리가 밀고 있다. 국내 업종별 대표기업 대부분이 고객인 가운데 올해에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시그니엘 레지던스 서울, KB손해보험 사옥 등 신규 고객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이 대표는 "보통 1년마다 재계약 하는 게 업계 관행인데 저희는 거의 항상 자동 연장되고 새로 찾아오는 고객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뛰어든 시설관리업은 매해 20% 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소방사업도 알짜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에는 모두 에스텍시스템의 청정 소화 약제 배포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그는 "화려하진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을 남다른 정성으로 처리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또 다른 분야는 방역·방제 사업이다. 2015년 건물 내 해충 및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종합 솔루션 브랜드 '새니텍'을 선보인 이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수요가 급신장했다. 기존 고객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이 시장 지배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2년 계약 체결 건수만 삼성전자 수원·기흥·평택, 신세계인터내셔널, 이케아, 마리오아울렛, 신화푸드, 투썸플레이스 등 1만 건을 훌쩍 넘는다. 이달 말엔 공기청정살균기 '새니에어V1'도 선보인다. 플라즈마와 이온 발생기가 탑재돼 바이러스와 세균을 잡아주는 제품이다. 이병화 대표는 "전문인력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솔루션을 앞세워 고객의 가치에 안심을 채우는 보안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회사의 가치를 더 키워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