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 전세살이를 마치고 2기 신도시인 김포 한강신도시에 자가 주택을 마련한 현모씨는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무주택자인 친구에게 하우스푸어라는 놀림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전용 84㎡인 지금의 아파트를 보금자리론 3억5000만원, 사내대출 7000만원을 끼고 5억원에 사들였다. 외벌이로 매달 실수령액이 300만원 중반에 그치는데, 이 가운데 200만원 이상 상환금으로 빠지기에 생활은 빠듯한 편이다.
현씨는 "술자리에서 근황 얘기가 나와 이러한 고민을 얘기했는데, 무주택인 친구에게서 대뜸 '고생해서 하우스푸어가 됐다'는 반응이 돌아왔다"며 "여유가 있다면 웃어넘겼을 텐데, 생활은 빠듯하고 집값도 떨어져 더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매입한 아파트 호가는 5억원 중반으로 내려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한 건도 체결되지 않고 있다. 중개사무소에서는 그가 산 가격인 5억원에 내놔도 사 갈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 출퇴근이라도 편하면 모르겠는데, 사람이 붐벼 매일 새벽에 나간다"며 "하우스푸어가 됐다는 친구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했다. "벼락거지 면하려고 영끌했는데…" 급등한 서울 집값·전셋값에 내 집 마련을 위한 탈서울 수요가 몰렸던 김포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호재 등을 타며 주목을 받았던 곳이지만, 최근들어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김포 집값은 최근 7주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누적으로도 전국 평균(-0.14%)의 두 배 수준인 0.27% 떨어졌다. 주요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7억원(6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층 매물이 8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8개월 만에 1억5000만원 하락했다. 집을 팔려는 이는 많지만 사려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2467가구인 이 단지에 쌓여있는 매물만 257건이 넘어간다.
걸포동 '한강파크뷰우방아이유쉘' 전용 84㎡도 지난달 6억5000만원(19층)에 손바뀜돼 지난해 최고가 7억4000만원(15층)보다 9000만원 떨어졌다. 운양동 '한강신도시2차KCC스위첸' 전용 84㎡ 역시 지난 5월 지난해 최고가 대비 1억7000만원 내린 6억원(24층)에 팔렸다.
운양동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매수 문의가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주인들의 연락만 온다"며 "언제든 매수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비워둔 집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인 집주인은 집을 처분하려고 했지만, 매수자가 없으니 호가가 낮아지고 매물은 쌓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지난해 7월 5100건 내외였던 김포 매물이 1년 만에 약 50% 늘어 이달 78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반해 거래량은 상반기 기준 지난해 2000여건에서 올해 1000여건으로 절반이 됐다. 김포시 매물 작년보다 50% 늘어…파주 집값은 강보합김포와 마찬가지로 2기 신도시로 주목받아 탈서울 행렬이 몰렸던 파주도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는 모양새다. 파주 집값은 2020년 10월 중순부터 1년 8개월 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에도 1.58% 올랐다.
파주시 목동동 '해솔마을5단지삼부르네상스' 전용 102㎡는 지난달 5억8700만원에, 인근의 '해솔마을3단지운정현대' 전용 59㎡도 3억62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패동 '책향기마을15단지상록데시앙' 전용 84㎡ 역시 지난달 6억5000만원에 손바뀜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들 단지는 운정신도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운정역 인근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패동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가 크게 줄고 매물도 늘었지만, 가격은 보합 상태"라며 "호가도 큰 변동은 없다. 내후년이면 개통하는 GTX-A노선에 대한 집주인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GTX-A노선은 운정역~삼성역 구간이 2024년 6월 개통할 예정으로, 이 노선이 개통하면 운정역에서 서울역은 10분대, 삼성역까지는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운정신도시 운정1·2지구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남은 물량의 인기가 높았다. 올해 파주에서 분양한 아파트 '신영지웰운정신도시',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에듀타운'은 각각 36.95대1, 48.5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