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거둬들였다. 정호영 전 후보자 사퇴 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김승희 후보자를 임명한 지 39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가 종료된 11시30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 임명을 재가했다. 이 시각 김승희 후보자는 복지부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하면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대상이었던 나머지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두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 원구성 협상 타결 전 임명되면서 인사청문회 없이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김 후보자 관련 질문에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전문성과 역량)에서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저는 자부한다"며 "도덕성 면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다르다. 참모, 동료들과 논의를 해서 어찌 됐든 신속하게 장관 후보자들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부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인사를 밀어붙였지만, 이번 정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후 2시간 30여분만에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거취를 정리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이날 오전 김승희 후보자를 향해 공개적으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 수사 의뢰 내용이나 언론을 통해 나타난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때 스스로 본인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김승희 카드'를 철회한 배경으로는 지지율 하락과 여권의 부정적 기류 확산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정 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거나 육박한다는 결과가 이어졌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장관 임명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서울에 돌아가서 파악해보고 답변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부정평가 원인으로 인사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는 점에서 지난 5월26일 내정된 김 후보자 임명 문제가 장기화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때문에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도 윤 대통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대를 본격적으로 멘 것으로 해석됐다.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된 끝에 사퇴한 정 전 후보자의 경우에도 권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정 후보자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거취 문제는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퇴를 공개 압박했다.
장관 후보자가 2번 연속 '사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해 스스로 물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인선 리더십에도 흠집이 나게 됐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