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4일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법조인 출신 공정위원장이 된다. 1981년 공정위 출범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다.
▶본지 7월 4일자 A1면 참조
송 후보자는 1988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했고 재학 중 사법시험(32회)에 합격했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연수원 시절 행정고시(36회)와 외무고시(27회)에 모두 합격해 이른바 ‘고시 3관왕’을 달성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법학)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약 5개월 동안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2003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가 자유시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 혁신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송 후보자는 현재 제12판까지 출간된 《상법강의》의 저자로, 상법 부문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법정책적 이해 △부당내부거래규제에 대한 이론적 논쟁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 등 경쟁법과 관련한 논문을 다수 작성했다. 공정위 소관 법률에서도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다.
송 후보자는 과거 공정위가 규제를 강화할 때 여러 차례 쓴소리를 냈다. 공정위가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던 2020년 송 후보자는 “경쟁제한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음에도 (대기업집단의) 모든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 과다 규제”라며 “총수의 사익 추구 억지라는 추상적인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균형을 잃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송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사익편취, 기업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규제 개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이미 법 제정을 통한 규제 대신 업계 자율규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는 송상민 경쟁정책국장을 중심으로 ‘인사청문회준비단’을 꾸리고 청문회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송 후보자가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외모 품평을 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점은 변수다. 이에 대통령실은 “당시 후보자가 참석자들에게 사과해 일단락된 사안이고 학교의 별도 처분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송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송 후보자 지명에 대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선언”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지훈/좌동욱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