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복지 모델인 ‘안심소득’이 오는 11일 첫 지급을 시작으로 5년간 정책 실험에 들어간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나 야당의 기본소득제와 차별화한 보수 단체장 주도의 사회복지 실험으로 주목된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소득보장 제도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경제학자인 줄리엣 리스 윌리엄스가 고안하고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이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에서 제시한 ‘부(負)의 소득세’를 이론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소득이 일정 금액(중위소득 50%)에 미달하는 가구에 기준소득(중위소득 85%)과 가구소득을 비교해 ‘부족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본소득제가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채용하는 것에 비해 안심소득제는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복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행 퍼주기식 복지제도 확대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적은 데다 기본소득제보다 적은 재원으로 시행할 수 있고, 소득세를 부과하는 국세청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행정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시범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면서 재산이 3억2600만원 미만인 800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달 말 1단계로 500명을 선정한 데 이어 내년 300명을 추가할 방침이다. 일과 고용, 가계 관리, 삶의 질 등 7개 지표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해 성과를 측정할 예정이다.
안심소득이 대한민국 복지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근로의욕 고취 여부가 관건이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가장 큰 병폐는 근로의욕 상실이다. 스위스에서 2016년 기본소득제 도입 관련 국민투표를 진행했지만 76.7%의 반대로 부결됐고, 핀란드 정부가 2017년 세계 최초로 시범 도입한 기본소득제를 1년 만에 중단한 이면에도 근로 유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깔려 있다. 서울시는 “열심히 일해도 소득이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지기에 저소득층의 근로 유인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실험 과정에서 근로의욕 촉진으로 국가 지원액을 줄이고, 저소득 가구의 처분가능 소득을 늘린다는 사실을 입증해내야 한다.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안심소득 역시 재원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에 정교한 재원 조달 계획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