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워싱턴의 최고 존엄들…살아남기나 할까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2-07-04 14:29
수정 2022-07-04 14:47


미국 연방의 양대 최고 존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연방대법원이고 다른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불리는 미 중앙은행(Fed) 입니다. 미국의 법과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이 분열과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양대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괴리 때문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연방대법원은 미국인의 법감정과 거리가 있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습니다. 법원이 여론재판을 일삼아도 안되지만 여론조사상 60~70% 이상이 대법관들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Fed도 마찬가지입니다. Fed의 판단과 결정이 시장과 유리돼 있습니다. 지난해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이상 신호가 났지만 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로 모든 걸 덮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국의 경제봉쇄라는 천재지변이 있었다고 변명하지만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 대응에 늦었습니다.

결과는 가혹합니다. 침체에 이어 짧은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아니면 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겪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경기침체는 운명이 돼버렸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양대 최고 존엄 기관들이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요.

일단 Fed는 아직까지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노동시장입니다. 최근까지 "노동시장은 탄탄하다"거나 "고용시장은 강한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반복해왔습니다.

Fed의 믿음대로 최후의 보루인 고용시장이 버틸 수 있을까요. 매번 예상이 빗나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양치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8일(현지시간) 금요일에 나오는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에서 파월의 명예회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인 6일에 공개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경기 판단과 전망에 대한 Fed 위원들의 고해성사가 담겨있을 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에서는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이번주 뉴욕증시의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양치기'가 된 파월

파월 의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예상이 번번이 빗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의 95%가 중앙은행 수장의 말발에서 비롯되는데 파월 발언에 대한 신뢰에 많은 금이 갔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발언은 일시적으로 쓸 수 있었을 뿐 반년도 안돼 흘러간 옛노래가 됐습니다.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있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도 허언이 됐습니다.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빠르고 강해서 Fed는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에 해당하는 75bp(1bp=0.01%포인트) 인상도 테이블 위에 없다고 했다가 두 달만에 번복했습니다.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Fed는 경기침체 없는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연착륙론'(soft landing)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자신감을 잃자 약간의 충격은 있지만 버틸 수 있다는 '준(準) 연착륙론'(softish landing)을 꺼내들었지만 이마저 폐기할 처지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성장률 전망치는 내리고 물가상승률과 금리 전망은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론하며 통제할 수 없는 변수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시장에선 곱게 봐주지 않습니다.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물가지수도 모두 너무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의 힘을 간과하고 공급망 위기를 만만하게 본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것까지 예측불가였다고 하는 건 Fed의 책임방기요, 직무유기이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207043375i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