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바닥 2050선 전망, 또 나왔다"…세력 커지는 비관론

입력 2022-07-04 12:04
수정 2022-07-04 14:11

코스피가 205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또 나왔다. 이번에는 대신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이 2050~2300대에서 하락을 멈출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1일 코스피에 대한 장기 및 7월 전망을 내놓은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록 바텀(Rock Bottem·진짜 바닥)은 2050선 전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31일 내놓은 올해 하반기 증시 전망에서 코스피 예상 밴드를 2580~2870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코스피 바닥 2050선 전망이 앞서 내놓은 하반기 전망을 바꾼 건 아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1개 분기 차이지만, 코스피 지수의 하단은 500포인트가 넘게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경기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의 나비효과가 글로벌 물가, 통화정책, 경기 전반에 불확실성과 하방 압력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달 10일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 안팎에서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뛰어넘는 수치가 나왔다. 이에 따른 실망감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급락세가 본격화됐다. 코스피 지수 역시 지난 1일 종가 2305.42는 미국의 5월 CPI가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달 10일의 종가 2595.87보다 11.19%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거센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를 잡기 위한 긴축의 강도도 강해졌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경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연착륙의 첫 단추로 기대했던 물가 상승률의 정점 통과가 지연되면서 글로벌 주요국들의 긴축 속도·강도가 강해졌고, 이로 인한 수요 충격이 불가피해졌다”며 “경기 경착륙은 불가피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경기·기업실적 악화가 꼽혔다. 올해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세 및 미 Fed의 고강도 긴축이 금융시장을 흔들었지만, 앞으로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기업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최근 3년간의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분포의 하단을 곱해 예상 밴드의 하단을 추정했다.

그는 “12개월 선행 PER은 장기 추세 하단인 3년 평균의 마이너스(-)2표준편차 수준인 8.8배를 크게 하회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는 232원으로 현재의 271원 대비 14.5%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연구원에 앞서 코스피 바닥 2050을 지난달 21일 제시한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논리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국내 기업실적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익 감소폭 전망치는 10~20%가 적정해 보인다”며 “이 수준에서 PER 9배를 기준으로 코스피는 2050~2300대에서 하락을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기존 2400~2500 수준이던 코스피의 예상밴드의 하단을 2100~2200 수준으로 낮춰잡고 있다.

반면 키움증권은 7월 코스피의 예상 밴드로 2250~2550선을 제시하며 수시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며 저점을 높여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 급락의 본질은 인플레이션 문제이며, 현재 미 Fed는 인플레이션을 연 2% 범위 내로 되돌리기 주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긴축으로 인한 고통은 발생하더라도 경제 상황은 양호하기 때문에 침체 우려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ed의 긴축 시그널이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 주체들에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7월은 위험관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지만, 공격적인 매도를 통한 과도한 현금 보유 전략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연구원도 7월에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코스피 예상 밴드로 2250~2540을 제시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면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기회”라며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