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쌍용차 인수 후 가장 우선은 '임직원 사기 진작'
KG모빌리티가 쌍용자동차 인수자로 선정됐다. 3,355억원에 회사를 사기로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쌍용차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채권단이 결정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3,355억원은 회생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5,645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결과적으로 9,500억원으로 쌍용차의 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형 SUV 토레스 돌풍이 만만치 않다. 새로운 주인에 맞춰 판매 대박 조짐도 보인다. 티볼리 이후 마땅한 주력 제품이 없었던 쌍용차로선 모처럼 공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수익보다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가격 책정에도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물론 가격을 고려할 때 상품 구성 측면에서 부족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정작 쌍용차 구성원들이 바라는 것은 인수 이후의 행보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 1967년 신진자동차 계열 편입, 1977년 동아자동차 사명 변경, 1984년 거화자동차 인수로 이어진 기업의 역사는 1986년 쌍용자동차로 거듭났다. 이후 무쏘, 코란도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존재감을 확인시켰고 대형 세단 체어맨이 세상에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의 영광이었을 뿐 1998년 대우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이듬해인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쌍용차는 다시 로고를 바꾸고 이때부터 채권단 관리 체제에 편입됐다. 2005년 채권단 대표였던 조흥은행은 미국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대상으로 주식 매각을 저울질하다 최종적으로 상하이자동차를 새 주인으로 선택했고 이후 4년 동안 SUV 선호 현상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이 같은 흥행도 결국 '찰나'에 불과했다. 카이런과 액티언을 연속 출시하고 유럽에 부품센터도 만들며 수출 시장 육성, 그리고 유일한 대형세단 체어맨은 'H'와 'W'로 구분하며 명맥을 이어갔지만 2008년 국제유가 폭등이 SUV 발목을 잡으며 순식간에 기업 상황이 위기로 전환됐다. 위기 상황에서 결국 노사는 상처 뿐인 갈등을 겪었고 상하이는 쌍용차를 포기했다.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 존속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벌써 몇 번째냐는 자조 섞인 한숨이 쏟아져 나왔고 차라리 청산하자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자동차산업의 특성, 그리고 지역 경제 등을 이유로 ‘존속’을 결정했지만 정부가 돈을 쏟아부으려면 구조조정이 전제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른바 옥쇄파업으로 알려진 극한의 대립이 일어났던 배경이다.
2,700여명이 회사를 떠난 후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재무 개선을 지원했다. 그리고 2010년 새로운 인수 대상자 선정에 들어가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를 낙점했다. 이후 SUV 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소형 SUV 티볼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자 경영 상황도 호전돼갔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잠시’에 머물렀다. 코로나로 수출이 위축되며 내수 의존도가 커지는 과정에서 현대기아차와 직접 부딪쳐야 했다. 현대기아 또한 수출 부족을 내수에서 만회하기 위해 SUV 신차를 쏟아냈고 쌍용차는 숨고를 시간조차 없었다. 대응을 하려 해도 돈이 부족했던 탓에 신차 개발은 요원했다. 이른바 ‘빈익빈(貧益貧)’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신차 개발을 위해 임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고 복지 비용도 줄였지만 모기업인 마힌드라 또한 위기에 봉착하며 쌍용차에 대한 추가 투자가 아니라 전면적으로 대주주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다시 법원으로 넘어오게 됐고 KG그룹이 새로운 인수자로 선정됐다.
KG그룹도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인수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오랜 기간 침체된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이다. 또한 당장은 어려워도 새로운 인력 수혈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 인력의 유출 현상이 매우 심각했던 탓이다. 이를 위해선 노조도 선제적인 양보를 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면 또다시 힘든 과정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이제는 반복된 어려움을 끊어내야 하고 자동차산업의 전환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쌍용차의 '다시 서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응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