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외식비 급등에 따른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자의 비과세 식대를 확대하는 방향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지난달 국민의힘 쪽에서 근로자의 월 급여에 포함되는 식대의 비과세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는 이른바 ‘직장인 밥값 지원법’이라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호응하고 나섰다.
물가 급등에 따른 국민 고통을 경감하겠다는 취지이나, 그 실효성과 함께 소득세법 개정의 본질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식대 비과세 한도가 10만원 늘어날 경우 대부분 직장인이 포함되는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 구간 근로자가 받는 혜택은 월 6000~2만4000원 정도다. 소득세법 개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과표 구간 상향 조정에 견주면 ‘격화소양(隔靴搔)’격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저소득층·중산층이 대부분 포함된 8800만원 이하 소득세 과표 구간과 세율은 14년째 그대로다. 이렇게 장기간 과표가 고정돼 있으면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제자리이거나 줄더라도 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더 높은 세율 구간에 편입돼 세금을 더 내는 ‘인플레 증세’가 이뤄진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3분위(소득 하위 40~60%) 평균 소득자의 지난 10년간 소득은 61.4% 증가한 데 비해 소득세 납부액은 6배나 뛰었다. 봉급생활자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였지만 실상을 제대로 알린 적도 없다.
각종 비과세·감면 등 공제 제도를 정비해 면세자 비중도 낮춰야 한다. 2020년 기준 근로소득자 가운데 면세자 비중은 37.2%에 달한다.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라는 조세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조세 저항과 면세자의 무임승차 의식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 통합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72년째 유지되고 있는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도 각 상속인의 상속재산별로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인의 소득 증대와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22년째 요지부동인 상속세 과표와 공제 한도(10억원), 8년째 묶여 있는 증여세 비과세 한도(5000만원) 등도 모두 손봐야 할 유물(遺物)적 세제들이다. 직장인 밥값 지원과 같은 근시안적 접근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에 걸맞은 큰 틀의 세제 개혁이 필수적이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근로의욕 고취와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