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국민이 잘 알지 못한 일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은 최고 권부인 대통령실(대통령) 통제 아래 있지만 그것은 정부 직제상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져 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그간 경찰청을 직접 지휘·감독하고 통제하던 기관이 다름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음을 새삼 알게 됐고, 행안부에는 경찰청을 직접 지휘하거나 감독할 만한 제도나 기구 없이 단지 경무관 1명과 경정 3명 정도가 파견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어느덧 세상은 바뀌어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돼 경찰청은 권한과 조직이 전례 없이 비대해지게 생겼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상황인데도 그간 경찰청을 직접 지휘·감독하고 통제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없어지고, 이제 경찰청은 그 누구의 지휘·감독도 받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말한다. 수사기관은 강한 독립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행안부 안에 별도로 경찰국을 둘 필요가 없고, 법무부의 검찰국은 검사의 기소 활동을 위해 조언하고 지원하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면서 경찰국 신설은 퇴행이라고 한다. 언필칭 수사기관은 독립성이 인정돼야 하므로 경찰국을 두면 안 되고, 기소 기관은 검찰국을 두어서 이를 지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선뜻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기소 기관은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해서 말이다.
잘 알다시피 ‘수사’라 함은 범죄 혐의 유무를 명백히 밝혀 공소 제기와 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활동이다. ‘기소’라 함은 이와 같은 수사에서 확보한 증거를 근거로 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일이다. 수사와 기소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독립성을 요구하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굳이 따진다면 수사는 결국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보다는 기소에 독립성이 더 요구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서 “경찰보다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찰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지극히 타당하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 어떤 권력기관이라도 통제받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권한이 막강해진 경찰이 부패한다면 대다수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경찰의 통제는 국민 기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얘기다. 그간 직접적으로 지휘·감독과 통제를 해오던 청와대 민정수석실마저 폐지돼 이젠 경찰청이 상급 기관이 없는 형국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간 경찰청은 소위 비공식적인 행정 라인이면서 대통령의 비서관에 불과한 민정수석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행정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행안부의 지휘·감독을 받게 하는 것이 더 발전한 행정의 모습이 아닐까. 민정수석은 청문회도 없이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행안부 장관은 그래도 엄격한 국회 청문회라도 거치지 않는가.
그간 경찰청이 행안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청와대 민정수석의 실질적인 통제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일반 국민은 당혹함마저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의 통제를 받아오던 경찰청이 이젠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게 된다는 것 역시 어떤 국가기관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는 것을 마치 행안부가 수사에 간섭하기 위한 것으로 폄훼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라고 할 만하다. 경찰국 신설은 퇴행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