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과감하고 섬세하게 빚어낸 모차르트·브람스의 감동

입력 2022-07-03 16:47
수정 2022-07-04 00:17

해외 음악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두 음악가가 지난 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경arte필하모닉의 ‘한국을 이끄는 음악가’ 시리즈 세 번째 무대를 이끌었다. 2019년 ‘크슈타트 메뉴힌 페스티벌 & 아카데미’에서 지휘 부문 1등상인 ‘네메 예르비 상’을 받은 재독 지휘자 윤한결과 2017년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도쿄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가 된 조성호가 그들이다. 이들은 고전 시대의 한복판에서 불멸의 이름을 남긴 모차르트와 낭만시대에 신고전주의를 표방하며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브람스 작품을 선택했다.

먼저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 탈출’ 서곡으로 음악회의 시작을 알렸다. ‘후궁 탈출’은 대중을 위한 독일어 오페라로 이탈리아 오페라와 양식적으로 달라 ‘노래하는 연극’, 즉 ‘징슈필’이라고 불린 작품이다. ‘터키풍’이라고 불린 소란스러운 음향으로 감각적이고 흥미를 돋우는 음악이 이 곡의 특징이다. 윤한결이 지휘하는 한경arte필하모닉은 오늘날의 관객에게 이런 반응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줄여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강약에 분명한 차이를 두고 화음과 소음의 대비를 드러내 과감하고 극적인 표현력을 발휘했다. 그러면서도 음향은 섬세하고 균형을 이뤘다. 특히 트라이앵글의 효과적인 조절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조성호의 협연으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연주됐다. 이 곡이 본래 요구하는 악기는 ‘바셋 클라리넷’으로, 일반적인 클라리넷보다 약간 낮은 음을 낸다. 그래서 이 곡은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따뜻한 음색과 서정적인 멜로디, 프레이즈(보통 네 소절로 이뤄지는 한 단락의 멜로디 라인)의 다양한 표현에 집중돼 있다. 독주와 관현악은 대립과 대결보다 조화로운 앙상블을 지향한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자칫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지루하게 할 수도 있다. 조성호는 프레이즈마다 강약과 음색을 조절해 다양한 표정을 넣었고, 이를 통해 서사적인 진행을 이끌어 매 순간 기대와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특히 몸을 크게 움직이면서 음량의 변화와 공간적 효과를 일으킴으로써 하나의 선율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했다. 2악장의 극도로 조용한 연주에선 몽환적인 음색과 깊이 있는 집중력으로 관객들을 단번에 음악 속으로 끌어들였다. 작은 규모의 관현악이 끌어낸 롯데콘서트홀 특유의 깊은 잔향은 독주와 관현악이 음향적으로 어우러지게 했다. 특히 적재적소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플루트의 음색이 돋보였다.

후반부를 채운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고전적인 양식과 낭만적인 내용이 결합한 작곡가 만년의 역작이다. 하지만 음악의 복합적인 특징과 상당한 규모, 서정적인 감성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1악장에서 지휘자는 바이올린의 분리된 하강과 상승 음형을 특징적으로 구분해 두 개의 성부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소 느린 템포로 인해 정서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중반 이후 음량이 커지면서 안정을 찾았으며, 대위법적 진행을 깔끔히 소화했다. 2악장은 호른의 팡파르가 조심스러운 연주로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소리가 위축된 반면 팀파니의 타격감이 두드러지는 등 앙상블의 조화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3악장에선 목관 앙상블의 활약이 돋보였고, 4악장은 세 대의 트롬본이 음악에 중량감을 더하면서 전체 음향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지휘자는 앞선 1~3악장과 마찬가지로 혼신의 열정으로 지휘했고, 연주자들은 이에 호응해 일사불란하면서도 집중력 있게 연주를 마쳤다. 앙코르로 따뜻함과 비장함이 어우러지는 엘가의 ‘님로드’를 연주해 감동적인 여운을 남겼다.

윤한결은 앙코르를 포함한 전곡을 악보 없이 암보로 지휘했다. 고전의 큰 줄기를 짚은 이날 공연은 젊은 지휘자와 젊은 단원들에게 예술의 남다른 무게감을 깨닫게 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한국을 이끄는 음악가 시리즈’의 중간 지점을 통과한 한경arte필하모닉이 올 하반기 공연에선 어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