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미노피자 체인 중에 성공했다고 평가받은 한 점포의 성공 비결을 살펴 보자. 이 점포는 단골고객 한 명의 가치를 약 4000달러로 계산했다. 8달러짜리 피자를 일주일에 한 개씩 10년간 주문하는 고객을 단골로 산출한 수치다.
이 점포의 주인은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4000달러 고객에게 피자를 팔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마인드는 직원들이 피자를 정성스럽게 만들고 배달하게 했다. 당연히 고객 만족과 충성도가 현격히 높아졌다.
이 사례는 ‘고객의 가치’(value of the customer)를 나타내는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개념을 잘 보여 준다. 고객생애가치란 고객이 특정 기업과 거래하는 전체 기간 동안 창출하는 이익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다. 즉 고객의 미래 수익성 흐름을 합해 현재 가치로 산출한 것이다. 고객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기여할 가치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고객을 4000달러 고객으로 대우하면 되는 걸까? 무조건 모든 고객을 우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에 기여하는 고객의 가치는 고객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수익성 관리의 초점을 고객에 맞춰라우선 한 가지 유의할 점을 짚고 넘어가자. 고객 수익성은 상품 수익성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미국 한 리조트에서 수익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호텔은 수익성이 높은 반면 테마파크는 수익성이 저조한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테마파크는 방치하고 수익성이 높은 호텔에 집중 투자했다. 수익성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며. 그러나 아뿔싸. 리조트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많은 고객들이 테마파크 때문에 리조트를 방문해 호텔에 묵었는데 테마파크가 열악해지니 방문객이 줄고 객실 점유율이 현격히 감소한 것이다.
상품 수익성을 관리하고자 흔히 사용되는 방식을 살펴보자. 각 상품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제거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에 집중한다. 한 슈퍼마켓에서 우유가 수익성이 낮으니 없앴다고 생각해 보자. 쇼핑 온 고객은 여러 가지를 구매하고 난 후 우유가 필요하므로 다른 점포를 방문해야 한다. 번거로운 상황이다. 결국 고객은 우유가 있는 다른 마트에서 쇼핑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고객이 줄고 전체 수익성이 악화된다.
상품 당 수익성이 아니라 방문고객 당 수익성이 중요하다. 비록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데 필요하다면 유지해야 할 것이다. 즉 수익성 관리의 초점을 상품에서 고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객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고객의 가치’, 6가지 방법으로 관리하라그렇다면 기업은 ‘고객의 가치’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해야 할까?
첫째, 가치가 높은 고객을 유치해 고객의 구성을 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흔히 많은 기업들이 각각의 고객이 가져다 주는 수익성은 무시하고 고객의 수만 늘리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전체 고객의 수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고객의 비중이 더 중요하다.
미국 1위 음식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DoorDash)의 강점은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고객 당 평균 주문 금액이 우버이츠(Uber Eats) 같은 경쟁사보다 높다. 게다가 구독서비스인 대시패스(DashPass) 가입자가 9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일반 고객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주문하는 우량 고객이다.
한편, 수익성은 낮더라도 상징성이나 인지도가 높은 고객도 가치가 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 회사나 상품을 홍보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둘째, 고객의 가치를 평가할 때 현재 가치만이 아니라 미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회사에 지금 도움을 주는 고객만이 아니라 미래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고객들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을 최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고객을 선별하며 미래 가치가 높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셋째, 가치가 높은 고객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얼핏 들으면 고객별로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대가를 지불한 만큼 받는 것이 정당하다. 20년 사귄 친구와 처음 본 사람을 똑 같이 대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것이 월정액을 내는 대시패스 가입자에게 배달이 무료인 이유다.
넷째, 때로는 가치가 낮은 고객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외형적인 성장에만 주력해 무분별하게 많은 고객을 확보한 보험사나 카드사가 수익 저하로 고생하곤 한다. 기업이 모든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법. 서로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하는 기업과 고객이 평생 함께 하는 것은 비극이 아닐까? 손절, 주식투자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섯째, 고객을 생애가치별로 세분화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모든 고객에게 무차별적인 투자를 하는 전략과는 다른 성과를 얻을 것이다. 고객을 등급별로 구분해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된다.
여섯째,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며 관계를 관리해 가치를 키워야 한다. 최초 구매자로서 고객의 가치는 미미하지만 그 고객이 반복구매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핵심고객으로 진화되면 그 가치가 높아진다. 따라서 장래성이 있는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고객의 가치를 점차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세콤이나 캡스 같은 무인경비 서비스를 살펴보자. 신규 가입자에게는 CCTV, 센서, 통신장치 등을 설치해 준다. 이렇게 초기에 회사가 부담한 기기 및 설치비용은 월 사용료를 통해 회수한다. 따라서 이용기간이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 BEP)을 지나 길어질수록 회사의 이익은 증가한다.
애플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한다. 그리고 크로스셀링(cross-selling), 업셀링(up-selling) 등을 통해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애플이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는 비결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장 7절)
고객의 가치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수행하는 데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단기 성과를 측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 고객의 잠재 가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이유재 교수의 글과 다른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