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이스크림과 젤라토의 '한끗 차이'

입력 2022-07-01 17:56
수정 2022-07-01 23:56
한국인에게 파스타는 이제 흔한 메뉴가 됐다. 하지만 메뉴판을 마주할 때마다 헷갈린다. 탈리아탈레, 페투치네, 파파르델레, 링귀네…. 대체 뭐가 다른 건지 매번 검색해보는 것도 지친다.

음식과 재료가 넘쳐나는 시대다. 파스타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과 젤라토, 쉬림프와 프론(prawn), 아메리카노와 롱블랙 등의 차이를 한번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미식가의 디테일》은 뉴욕의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음식 잡지 ‘러키 피치’의 편집자가 썼다. ‘뭐가 다를까(What’s the Difference?)’라는 제목의 인기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저자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음식과 재료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와인 위스키 럼 등 술을 비롯해 피자 바비큐 수프 등 다양한 요리, 채소와 고기 향신료 등의 식재료와 조리법까지 매주 구독자를 사로잡았던 글을 책으로 정리했다.

파스타의 종류는 그 유래와 만드는 법,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르다. 이탈리아어의 어원을 알면 이해가 쉽다. 그중 링귀네는 탈리아탈레와 비슷하지만 수제가 아니고 공장에서 대량생산된다. 밀가루와 물이 재료로, 달걀은 들어가지 않는다. 링귀네는 ‘작은 혀’라는 뜻. 새 둥지 모양으로 살짝 접혀 있는 모양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 펜네와 리가토니, 지티는 길이와 너비, 두께에 따라 나뉜다. 모양부터 서로 구분하기 힘들지만 각각 어울리는 소스와 조리법이 다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인 달걀도 요즘은 방사란, 방목란, 무호르몬란, 개방형 축사란까지 다양하다. ‘유기농’ ‘무항생제’ 등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홍보용 문구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알고 고를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 꼼꼼하게 담긴 지식들이 유머러스한 문장과 어우러진다. 익숙한 음식 안에 숨겨진 몰랐던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베지마이트’ ‘팬다우디’처럼 특정 지역에만 있는 낯선 음식을 새롭게 알아가는 지적 자극도 제법 흥미롭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