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가철도공단의 이상한 해외 연수

입력 2022-07-01 17:28
수정 2022-07-02 00:06
“업체 초청으로 식사와 관광은 했지만, 접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온 국가철도공단 간부의 해명이다. 우리나라 철도를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국가철도공단 직원들이 외국계 기업인 A사의 초청으로 ‘해외 시찰’에 나선 건 지난 4월 말이다.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과 처장, 부장, 차장 등 4명과 국토부 직원 1명, 업체 관계자 1명 등은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 발주를 앞두고 외국 기술 현황을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4월 30일부터 7박9일간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를 다녀왔다.

공단 일행은 프랑스 출장 중 센강 유람선에서 관광과 식사를 즐기는 ‘바토 무슈’ 투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토 무슈 투어는 2시간 정도 파리의 센강 위 유람선에서 식사하며 에펠탑, 퐁네프 다리, 오르세미술관, 노트르담 등을 둘러보는 유명 관광 상품. 문제는 투어를 제공한 A업체와 공단의 관계다. 공단에 꾸준히 납품해온 이 업체는 납품한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도 맡고 있다. 누가 봐도 고급 선상 투어를 접대가 아니라고 맘 편하게 말할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철도공단은 한술 더 떴다. 공단이 이미 A업체 기술을 국산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 관계인 만큼 접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해명은 오히려 설득력이 더 떨어져 보인다. A업체가 회삿돈으로 경쟁 관계인 철도공단을 ‘환대’할 일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은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 발주처다.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는 2026년까지 총사업비 3366억원을 투입해 충북 오송에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의 업무동과 숙소동을 건설하고, 첨단기술을 적용한 철도 관제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철도 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철도 관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센터다. 올해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건축설계 및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2027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A업체는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 입찰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공단 안팎의 시각이다. 공단은 해마다 내부적으로, 또는 업체들과 청렴 서약을 하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윤리 경영 부문에서 미흡(C)에 그치는 평가를 받았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올해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청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조직은 신뢰를 잃고 조직 유지조차 어렵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뼈를 깎는 자정과 쇄신까진 아니더라도, 기본과 원칙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