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늘어…'야쿠르트 언니'라 불러주세요"

입력 2022-07-01 17:53
수정 2022-07-01 23:48

노란 유니폼을 입고 전동카트 ‘코코’에 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빈다.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방문 판매원들 얘기다. 이들을 공식 명칭인 ‘프레시 매니저’로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개 ‘야쿠르트 아줌마’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가 많이 유입되면서 아줌마가 아닌, ‘야쿠르트 언니’로 불리는 프레시 매니저가 늘고 있다. 5년 전인 2017년만 하더라도 프레시 매니저가 된 2030세대는 1년에 22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반년 만에 179명이 프레시 매니저가 됐다.

1일 만난 이소율 프레시 매니저(31·사진)도 그중 한 명이다. 경력이 만 1년에 불과한 ‘햇병아리’지만, 그가 맡은 서울 금호동에선 벌써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야쿠르트 언니다. 딸뻘의 젊은 프레시 매니저를 처음 본 고객들이 이런 별명을 붙여줬다. 행여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이씨는 “매니저라는 호칭보다 더 친근해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 매니저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20대 때엔 어머니의 옷 가게 일을 돕거나 모델하우스 큐레이터, 헤어모델 등을 해봤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아침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프레시 매니저의 여러 장점 중 하나입니다.”

금호 벽산아파트와 인근 상가를 합쳐 약 2500가구가 그가 맡은 구역이다. 하루 20㎞를 움직인다. 약 100가구의 정기 배송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면 금세 오전 11시가 된다. 이동 중 짬이 나면 구매를 희망하는 일반 고객에게도 제품을 판매한다.

이 매니저는 “경험 삼아 몇 년만 일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자신이 배달하는 음료를 식사 대용으로 섭취하는 할머니들을 만난 뒤 책임감이 커졌다.

“위 건강 때문에 일반식 대신 유산균 음료로 식사를 대신하는 고객들이 더러 있어요. ‘매일 끼니를 전달해줘 고맙다’며 아침밥을 직접 차려주거나 고구마 같은 간식을 챙겨주는 분들도 계시죠.”

개인 사업자인 프레시 매니저 특성상 눈비가 몰아쳐 도저히 배달하기 어려운 궂은날엔 배달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며 쉬지 않고 일하는 매니저가 대부분이다.

이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했다. 그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고객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개인 사업자로서의 장점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프레시 매니저들은 hy 일선 영업점과 계약을 맺고 근무 시간과 형태를 사전에 정한다.

남은 시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주부들이 많이 참여하는 이유다. 주부 매니저들은 하교한 자녀를 돌보거나 취미활동을 이어가는 등 퇴근 후 제2의 삶을 살아간다.

이소율 매니저의 경우 낮 12시에 활동을 끝낸 뒤 옷을 갈아입고 영어 학원으로 출근한다. 오후 5시까지 영어학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궁극적인 꿈은 어학 화상교육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삶의 양분이 되고 있다”며 “영업 노하우를 쌓아 나중엔 나만의 회사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글=한경제/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