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철 채소인 오이 가격이 급격한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 최악의 가뭄에 이어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시작되면서 농사에 타격을 준 영향이다.
1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오이의 ㎏당 도매가격은 1858원으로 지난달보다 37.5% 올랐다. 평년과 비교하면 39.7% 비싼 금액이다.
소매가격 상승 폭도 비슷하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름 오이인 백다다기 품종은 10개에 7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전보다 34.4% 뛰었다. 가시오이와 취청오이도 같은 기간 상승률이 40.0%에 달했다.
이런 움직임은 날씨가 급변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상(上)품 오이 물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오이는 시원한 온도(22~28도)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
주산지인 강원도가 6월 초까지 가뭄 피해를 봤고, 생육기에 일교차가 커 품질이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 대형마트 바이어는 “출하가 평소보다 2주가량 늦어졌는데, 여기에 이른 장마가 겹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KAPI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오이 가격 상승세는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이는 일조량이 부족한 장마철은 물론 무더운 한여름에도 출하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20년에 품귀 현상을 빚은 토마토는 올해 작황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가뭄이 토마토의 당도를 높였다. 토마토는 17~27도에서 자라고 25~30도에서 과실이 커지는 고온성 채소다.
KAPI에 따르면 토마토 도매가격은 ㎏당 80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하락했다. 소매가격은 ㎏당 3672원으로 작년(3552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B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수박, 자두, 천도복숭아 등 제철 과일 수요가 늘어나면서 토마토 수요는 소폭 감소했다”며 “공급량은 늘었는데, 수요는 줄어 가격이 평년보다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