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대 5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 롯데· 베인캐피탈 등 참여

입력 2022-07-01 16:50
수정 2022-07-01 17:51
이 기사는 07월 01일 16: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大漁)로 꼽힌 국내 2위 동박 제조회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해외 기업 및 사모펀드(PEF)들이 참여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최대주주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 매각을 위해 예비입찰(LOI)을 실시했다. 입찰에는 롯데케미칼과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 등 소수의 원매자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측은 이르면 내주 중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은 지난 5월 중순 시장에 ‘깜짝 매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국내외 수십여 곳의 기업과 PEF가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글로벌 동박시장에서 점유율 13% 안팎을 보유한 5위권 기업이어서다. 동박은 2차전지용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성장성도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한달새 각 국의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자 상황이 돌변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주가도 매각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5월24일 9만3900원이었으나 이날 6만8500원으로 20% 이상 빠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날 입찰을 앞두고 삼성SDI에 8조5000억 원 상당의 동박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인수전 흥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의 최대 관건은 결국 '몸값'이다. 동박 사업의 경우 추가로 해외 공장 증설을 위한 신규 투자(캐팩스)가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허 사장도 신규 투자 자금력에 대한 한계를 느껴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허 사장 지분 인수 금액 최소 2~3조원을 포함해 투자 비용을 감안하면 최소 5조원이 소요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지분 매각 금액으로 3조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종가 기준 전체 시총은 3조1586억원이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롯데케미칼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사업에만 2030년까지 4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계열사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동박 제조 기업인 솔루스첨단소재의 기관투자자로 3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매각 규모가 수 조원에 달해 끝까지 인수전을 완주할지는 미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달 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일진머티리얼즈가 좋은 매물임에도 매각, 매수 측간 가격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가 상황만 보면 최근 1년 중 최악의 시기라 매각 타이밍이 좋지 않아 매각 작업이 성사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채연/차준호/박시은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