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만 18세) 아들이 벌인 교통사고로 현장에 뛰어간 50대 워킹맘 박모씨는 지금까지도 충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남편의 자동차 키를 훔쳐 탔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 해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면허를 딴지 얼마 안 됐는데, 정차된 앞차를 발견한 순간 그대로 후방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로부터 상해의료비, 골절진단비, 입원일당 등을 청구할 예정으로 그 금액만 600만원 상당이 될 것이란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최근 미성년자가 무단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단 운전이란 특정 자동차의 소유자나 정당한 권리자의 승낙 없이 해당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미성년자는 무면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허가 있더라도 운전이 미숙한 상태에서 홀로 운전대를 잡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고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 자체도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가벼운 접촉 사고부터 동행자 또는 피해자가 사망하는 인명피해까지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미성년자 무단 운전은 대표적인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자신의 자동차를 절취 또는 훔친 뒤 교통사고를 냈다면 자동차 보유자의 책임 여부에 대해 어떻게 판단될까요. 원칙으로는 사고 발생에 따른 자동차 보유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따르면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실질적인 보유자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절취됐을 때는 자신을 위해 자동차가 운행된다고 볼 수 없기에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박씨의 사례처럼 절취자가 자동차 보유자와 고용관계에 있는 인물이거나 가족 또는 친족으로 인적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특정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뤄진 무단 운전의 경우엔 자동차 보유자에게도 운행자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무단 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보유자의 운행자 책임 여부는 다수 근거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차량과 열쇠의 보관 및 관리 상태, 보유자와 운전자와의 인적 관계, 보유자의 의사 없이 자동차 운행이 가능했던 경위, 무단 운전자의 차량 반환 의사 유무, 무단 운전 후 보유자의 사후 승낙 가능성 등이 판단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무단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 자동차 보유자의 운행자 책임 여부를 더 자세히 판단하고 싶다면 대법원 2007년 4월 26일 선고 2005다24318 판결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판례에서는 미성년자 아들이 아버지가 출타한 사이 바지 호주머니에 있던 열쇠를 꺼내 운전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입니다. 해당 재판에서는 아버지에게 자동차 운행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부모가 미성년자 아들의 교통사고 발생 당시까지도 자동차에 대한 운행 지배와 운행 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두 사람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인 점과 아들이 사고를 내기 이전까지 쉽게 자동차 열쇠를 손에 넣어 바로 자동차 운행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 놓였던 점을 우선 고려했습니다. 여기에 부모가 열쇠를 특별한 관리 없이 방치한 것에 대해서도 자녀가 일으킨 교통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외에도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냈던 것을 미루어보아 자동차의 반환 의사가 명백했던 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부모가 자식의 무단 운전에 대해 추후 승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미성년자 아들의 교통사고에 부모의 운행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는 데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판례에 등장하는 무단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와 조건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만큼, 박씨 아들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부모의 운행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보유자인 박씨 남편의 자동차종합보험으로 교통사고의 대인배상 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 대물배상의 경우엔 사례에 따라 보험 처리 여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물배상의 손해배상책임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아닌 민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씨 아들의 경우엔 만 18세로 면허를 소유한 상태에서 저지른 무단 운전 사고입니다. 만약 무면허로 부모의 자동차 열쇠를 훔쳐 교통사고를 낸 경우라면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종합보험 가입에 따른 형사처벌 면책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보유자의 운행자 책임 여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적용되는 만큼 대인배상 처리에 한해서 우선 진행될 수 있다. 자동차 보유자의 보험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물배상의 경우엔 자동차 보유자의 운행자 책임 여부가 아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따지고 이에 따라 보상 여부가 결정된다. 단, 대인과 대물배상 처리 모두 구체적인 정황과 상황 조건 등을 철저히 따져야 할 필요성이 큰 만큼 사례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단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