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가스·소재기술 전문회사 SK㈜머티리얼즈가 일본 종합소재기업 쇼와덴코와 손잡고 미국 반도체 소재 시장 진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며 업무협약(MOU) 체결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쇼와덴코 본사에서 ‘반도체 소재 북미 동반 진출 검토’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쇼와덴코는 반도체용 특수가스(불소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양사는 미국 반도체 소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한다. 미국이 자국 내 첨단기술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고 세금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고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머티리얼즈와 쇼와덴코는 2017년 경북 영주에 합작법인 SK쇼와덴코를 설립하고 3차원(3D) 낸드용 식각가스(모노플루오르메탄, CH3F)도 생산 중이다. 식각가스란 실리콘 웨이퍼 위에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나머지 물질은 제거하는 특수가스다.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은 “양사의 반도체 소재 산업 영향력과 시장 전망을 토대로 북미 사업 방향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OU 체결에는 최태원 회장의 ‘지원사격’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SK그룹은 일본투자법인을 세워 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고, 최 회장은 2019년 도쿄포럼을 창설하는 등 민간 차원의 양국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 사토 야스히로 전 미즈호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같은 날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만나 올해 11월 부산에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한·일 기업의 가시적인 협력 사례로, 양국 간 해빙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SK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파트너십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공동 대응할 파트너로서 일본과 민간 차원의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