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계의 샤넬’ 허먼밀러의 오피스 체어 월 5만6900원, ‘가구계의 벤츠’ 놀의 커피 테이블 월 10만9400원, 명품 조명 브랜드인 아르떼미떼의 펜던트 램프 월 2만1300원.
고가 가구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인 로마드에서 파는 제품들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가격대가 높아 구매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아이템이 대다수다.
로마드는 월 몇만원 정도씩 나눠 내면 이들 가구를 소유할 수 있는 장기 분납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명품 가구 시장에 선구매 후 결제(BNPL·Buy Now Pay Later) 모델을 도입한 회사다. 가구를 구매한 뒤 대금은 12개월에서 60개월까지 나눠 낼 수 있다. 김홍규 리체 대표(사진)는 “결제 기간을 최대한 연장해 이른바 ‘소유의 타이밍’을 빠르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부 시스템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지만, 기업엔 현금 흐름의 리스크로 작용한다. 김 대표는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본업이었던 게임 개발 능력을 살려 BNPL 결제 및 관리가 가능한 통합 솔루션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인터넷에서 싼 가구를 사면 질이 너무 안 좋고, 하이엔드 가구를 사서 한번에 목돈을 내자니 비싸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적은 비용으로 시작해 명품 가구를 소유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허먼밀러의 에어론 풀 체어는 가격이 200만원이 넘지만, 36개월 분납을 선택할 경우 월 5만6900원만 내면 된다. 60개월에 나눠 내면 월 3만8200원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렌털 서비스도 고민했지만 하이엔드 가구라면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개발을 주도해 ‘마구마구의 아버지’라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2000년 애니파크(현 넷마블앤파크)를 창업했고, 애니파크가 만든 마구마구는 넷마블의 초기 성장동력이 됐다. 김 대표가 2년 전 돌연 게임업계를 박차고 나와 명품 가구 커머스 스타트업을 차린 건 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다. 그는 “게임업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매너리즘 같은 게 있었다”며 “모르는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찾았다”고 했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당신 같은 ‘IT(정보기술)쟁이’가 가구업계를 혁신시켜달라”는 최양하 한샘 전 회장의 한마디에 가구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싼 가구를 사고, 이사할 때 다 버리고 또 사는 식의 소비패턴이 보였다”며 “이런 저가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하이엔드 가구 시장에서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로마드는 현금 보유 규모는 중년층에 비해 작지만 현금 흐름이 탄탄한 30~40대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다. 구매자의 두 달 내 재구매율이 30%에 육박한다.
김 대표는 다른 제조사나 유통사에서도 손쉽게 로마드의 BNPL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만들었다. 그는 “로마드는 한번에 들어가는 목돈을 장기간 쪼개낼 수 있도록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이기도 하다”며 “핀테크 솔루션을 통해 기업에 데이터 분석과 자금 유동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