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바이오 빅데이터에 주목하자

입력 2022-06-29 17:17
수정 2022-06-30 00:04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헬스 시장 규모가 272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 헬스 중에서도 유전학, 재생의학,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 기술이 산업 발전을 견인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바이오 헬스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한 듯하다. 그사이에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유전자 생체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작업을 상당히 진척시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선제 작업을 거의 마쳤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자료를 바탕으로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우리 모두(All of Us)’, 영국의 ‘유전체 영국(Genomic England)’, 핀란드의 ‘핀젠(Fingen)’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는 국민의 유전자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하는 사업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2019년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의결에 따라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기획, 앞으로 100만 명에 대한 임상·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해 활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20년 3월에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2020년 6월부터 2021년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희귀 질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자발적 참여자를 우선적으로 모집한 다음 점차 난치성 질환자, 암 환자, 일반인으로 확대해 건강 정보와 유전 정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시범사업이 끝났지만 2022년 6월 말 현재 사업 참여자는 1만3931명으로, 100만 명 이상 확보라는 당초 목표에 비춰 달성률이 1.3%에 그치고 있다.

다른 민족이나 다른 인종의 사람들은 각각 다른 유전체 서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유전체 서열은 외국인의 유전체 서열과 일치하지 않는데, 이런 차이가 한국인만의 독특한 건강 체계를 형성한다는 것. 한국인의 유전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한국인의 표준 유전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국인의 표준 유전체를 분석하면 한국인이 특히 취약한 질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고 유전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기술과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결정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바이오 빅데이터는 앞으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정착에 크게 기여한다. 정밀의료란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로, 의료의 미래가 정밀의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환경적 요인, 라이프스타일, 가족력 등을 인지해 최적의 치료제를 적정한 시간에 적정한 용량만 투여하는 환자에 최적화한 치료법으로, 맞춤의료를 한 단계 향상시킨 버전이 정밀의료라고 이해하면 된다. 2015년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국민 건강과 질병 치료의 개선 그리고 의료비 절감을 위한 정밀의료 추진에 2억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럼에도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위한 홍보 활동과 국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공공 캠페인을 시급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 규모의 사업인 만큼 사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이 사업이 지닌 사회적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미래 지향적 정밀의료라는 측면에서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이 사업에 담긴 공공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국민과의 소통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바이오 빅데이터가 사장되지 않고 여러 연구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는 오픈 플랫폼 같은 재활용 체계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빅데이터는 국가 바이오 과학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천 자료이기 때문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