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부자' 스마일게이트…게임명가 넘어 종합 엔터社로 도약한다

입력 2022-06-29 15:51
수정 2022-06-29 15:52
‘슈퍼 지식재산권(IP) 편대를 가진 게임 기업’. 스마일게이트에 붙는 수식어다.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은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게임 명가로 이름났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남미, 유럽, 중동 등 폭넓은 시장에서 팬층이 두껍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4345억원, 영업이익은 59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42%, 영업이익 증가율은 62%에 달한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에 이어 한국 게임 업계를 이끌어가는 ‘SK2’(스마일게이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中 기네스북 오른 크로스파이어시작은 빠르지 않았다. 2002년 출범한 스마일게이트는 첫 게임을 2007년에야 발표했다. 1인칭 총싸움(FPS) 게임 ‘크로스파이어’였다. 수년간 완성도를 높여 시장에 내놨지만, 국내에선 첫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같은 장르 기존 유명작들에 밀린 탓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FPS 게임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던 중국을 공략했다. 중국 시장에서 인기 조짐이 보이자 권 창업자와 개발진이 중국 현지로 가 게임 콘텐츠 현지화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였다. 실물 모습을 반영해 검은색이 주를 이뤘던 총기 그래픽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쓰고 용 문양을 넣기도 했다. ‘취향 저격’ 승부수의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8년 7월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크로스파이어는 약 10개월 만인 2009년 4월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을 넘겼다. 2012년엔 동시접속자 수 400만 명을 넘겨 중국 기네스북에 올랐다.

첫 게임 성공작부터 IP를 다방면으로 활용했다. 2013년엔 게임대회 ‘CFS’를 시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게임이 스포츠 경기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를 포착해 크로스파이어를 e스포츠 영역으로 확장했다. 매년 열리는 CFS는 총상금 규모 100만달러(약 13억원)를 놓고 세계 각국 대표가 겨룬다. 국내 게임사가 여는 e스포츠 대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대회 영상 평균 조회수는 2000만 회가 넘는다.

2020년엔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를 소재로 드라마 ‘천월화선’을 제작해 방영했다. 프로게이머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는 중국 최대 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에서 조회수 20억 건을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시간여행(타임슬립) 구조로 이야기를 짜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도 드라마에 흥미를 갖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작년엔 중국 광저우 동부에 규모가 1만㎡에 달하는 크로스파이어 테마파크를 열었다. PC·모바일 RPG도 성공스마일게이트는 차기작 ‘로스트아크’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개발 기간 7년, 개발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대작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된 요즘 PC 플랫폼 게임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외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제대로 된 역할수행게임(RPG)을 만들겠다’며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이 게임은 2018년 11월 국내 출시 이후 1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수 35만 명을 넘겼다. 2018년 구글 국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신규 대륙(공간) ‘엘가시아’를 추가하는 등 꾸준한 업데이트로 이용자들을 지키고 있다.

글로벌에서도 통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북미·남미·유럽 등에 걸쳐 160여 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출시 이틀 만에 동시접속자 수 132만 명을 넘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3주 만에 글로벌 이용자가 누적 2000만 명을 넘어섰다. 로스트아크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RPG는 작년 매출 4898억원, 영업이익 30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87%, 4419% 뛰어올랐다.

모바일 RPG에서도 유망 IP 확보에 성공했다. 2018년 8월 출시한 ‘에픽세븐’을 통해서다. 에픽세븐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곳곳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작년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E7WC(에픽세븐 월드 챔피언십)’를 개최했다. 총상금 5만달러 규모로 한국·아시아·유럽·이외 국가 등 총 네 개 권역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2개월간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 결승전에 몰린 동시 시청자 수는 3만 명을 넘었다. “게임계의 디즈니 될 것”권혁빈 창업자는 2020년 게임산업 관계자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콘텐츠를 통해 신한류를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당시 권 창업자는 “앞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IP를 가진 디즈니와 같은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단순한 게임사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는 얘기다.

스마일게이트가 게임을 종합예술로 활용해 IP를 확장하려고 꾸준히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초(6월 3일)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로스트아크 OST만으로 구성된 음악 콘서트를 열었다. 이 공연은 예매 1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21만 명이 실시간 영상을 동시 시청했다. 작년엔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 ‘한유아’ IP를 활용해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을 공개했다. 한유아는 지난 5월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광고 모델과 가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여러 IP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스마일게이트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