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끈 론스타 ‘5조 국가분쟁’ 중재 종료…이르면 다음달 결론

입력 2022-06-29 10:27
수정 2022-06-29 10:33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5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의 결론이 이르면 다음달 나올 전망이다. 중재를 맡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국이 중재 절차종료를 선언해서다.

법무부는 29일 ICSID가 론스타 사건에 대한 중재 절차 종료 선언을 했다고 발표했다. 중재 절차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중재판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절차규칙 제38조 및 제46조에 따라 절차종료 선언일 이후 120일 안에 판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이 기간 안에 판정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180일 안에 판정을 선고해야 한다. 이르면 당장 다음달, 늦어도 9월 말에는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번 ISDS는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달러(약 5조7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거래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는 것이 론스타의 주장이다. 론스타는 2003년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지분 51%)을 인수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7년 투자금 회수를 위해 HSBC를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을 타진했다.

하지만 매각계약(60억1800만달러)을 맺은 지 1년 뒤인 2008년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론스타는 다시 거래 상대를 물색한 끝에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넘겼다. 매각 가격은 3조9157억원이었다.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HSBC와의 거래가 무산됐을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을 상대로 매각을 추진할 때도 한국 정부가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을 넣고 부당한 과세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당시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을 의식해 적법하지 않은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HSBC와 협상할 당시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등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매각 가격 인하 압박 논란에 대해서도 “가격 협상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아 외환은행 주가가 내려가면서 매각 가격도 내려간 것”이란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과세 역시 “론스타가 내세운 벨기에 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개별 과세처분마다 구체적 사실 관계를 고려했다”고 맞섰다.

ISDS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다만 ISDS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탄생한 제도인데다 한국 정부가 초기에 정교하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론스타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중 일부라도 물어주게 된다면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 세금을 날리는 것”이란 비판을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항소 절차가 없는 다른 중재와 달리 ICSID에는 불복 절차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불리한 판정을 받은 쪽은 무조건 불복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손해배상액을 물게 되더라도 실제 지급이 이뤄지는 것은 판정일보다 1~2년 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