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영끌'해 집 산 직장인 "매달 30만원 아끼는 기분"

입력 2022-06-29 11:11
수정 2022-06-29 11:25
#.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산 임정혁 씨(36)는 요즘 금리가 오른다는 뉴스에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임 씨는 작년 고정금리 2.85%(30년 만기)로 2억9000만원 정도의 보금자리론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달 원리금으로 120만원을 내고 있다.

그는 "기존에 모은 돈에 신용대출까지 몽땅 끌어서 집을 매매한 뒤 인테리어까지 했다"며 "당시엔 무리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 금리가 급등하니 그때 아니었으면 평생 집을 못 샀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음 달 보금자리론을 받았다면 금리인 4.85%를 적용받을텐데 그렇게 되면 매달 150만원으로 이자 부담이 확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금자리론을 통해 2%대 금리를 이용한 차주들은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67~6.464%로 나타났다.

서민 전용 정책금융인 보금자리론도 4%대 중반으로 올라왔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또는 신혼부부 연 소득 85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시세 6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자금을 최대 40년간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서민 전용 정책대출이다.

주택금융공사는 7월부터 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u-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60(10년)~4.85%(40년), 전자 약정 등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아낌e-보금자리론'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4.50(10년)~4.75%(40년)가 적용된다. u-보금자리론 4.85%를 기준으로, 이는 2012년 8월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2020년이나 지난해 보금자리론을 이용한 차주들은 2%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작년 초 2.48% 금리로 보금자리론을 받은 김 모씨는 "대출금 3억원을 원리금 균등(30년)으로 월 118만원을 내고 있다"며 "다음 달 금리로 따져보니 월 상환액이 155만원으로 부담이 확 늘어나는 만큼, 매달 30만원을 아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대구에 거주하는 40대 서 모씨는 "2020년 12월에 2.23%로 보금자리론을 체증식으로 받아, 13년 된 아파트를 샀다"며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금리가 2%포인트나 오르고 급여도 올라 보금자리론을 더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그때 집을 사지 않았다면 못 샀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보금자리론의 장점은 두드러졌다. 작년엔 가게부채 급증으로 정부가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일부 주담대 대출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보금자리론 대출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도 제외됐다. 보금자리론은 DSR이 적용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DTI는 주담대의 원리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액을 차주 소득의 일정 비율로 묶는 규제다.

문제는 차주들 대부분이 변동형 금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4월 22.7%로, 2020년 4월(34.3%), 지난해 4월(28.9%)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점에서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주들이 변동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변동금리는 3.63~5.796%로, 고정형과 비교하면 1%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변동금리 차주들이라면 안심전환대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 정책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중순부터 시가 4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하고, 연 소득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신청받는다. 올 하반기에 20조원을 공급하고, 차주들의 신청이 많을 경우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게 된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대출 시행 시점의 보금자리론 금리보다 최대 0.30%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