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부동산 가격은 작년 대비 30% 가까이 할인된 거나 다름없는 상태예요.”
홍콩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를 위한 관광 상품이 출시됐다. 엔화가 24년 만의 최저 수준인 달러당 136엔 후반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일본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때마침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빗장을 푼 것도 이들의 관광 수요를 자극했다.
28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홍콩 부동산 중개업체 JP인베스트는 지난달부터 헤지펀드 운용사 매니저 등 기관투자가들과 개인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일본 도쿄 부동산 관광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1주일짜리 상품의 1인당 참가비는 12만8000홍콩달러(약 2000만원)에 달한다.
관광 일정은 초호화로 이뤄져 있다. 도쿄 비즈니스 지구에 있는 최고급 호텔과 하코네의 고급 료칸을 숙박시설로 쓸 수 있다. 한 끼에 440달러(약 60만원)짜리 스시 코스도 식사로 제공된다. 기본 이동수단은 벤틀리 차량이고, 헬리콥터까지 동원된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300만~1000만홍콩달러짜리 리테일 부동산이다. 올해 초 한 홍콩 자산가가 도쿄의 고급 자동차 판매점을 사들인 뒤 홍콩 현지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60만달러(약 7억원)를 웃도는 포르쉐 빈티지 라인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해당 대리점의 임대 수익이 쏠쏠하다는 입소문이 난 것이다. 한 골드만삭스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홍콩 펀드 매니저들이 일본의 관광업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2년 이상 관광객 발길이 끊겨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호텔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긴축으로 선회한 국가들과 달리 일본이 여전히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투자 메리트를 높이고 있다.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FT는 “홍콩인들의 발길은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은 이 위기를 비켜갈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