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해외 진출 작업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국내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를 각국 현지 통신사들과 협업해 세계로 내보낸다는 구상입니다. 현실화하면 그간 통상 ‘내수용’으로 여겨졌던 통신사의 플랫폼 서비스를 해외에 직접 내보낸 주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이프랜드 영어 버전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지난주엔 메타버스 글로벌 서비스 기획자 채용에도 돌입했습니다. 각 나라의 정책·규제, 사용자 특성에 따라 각국별 서비스를 기획하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프랜드 영어 버전은 품질 검증 등을 거친 뒤 출시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유럽·북미·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부에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K텔레콤은 앞서 이프랜드를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프랜드는 이달 기준 누적 이용자가 850만명으로 추산되는데요. SK텔레콤은 이를 연내 80여개국에 진출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첫 진출 지역은 유럽이 될 공산이 큽니다. 유럽 내 최대 매출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이 SK텔레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어서 입니다. 지난달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독일 도이치텔레콤 본사로 가 메타버스 글로벌 사업 공동 추진안을 논의했습니다. 양사는 유럽 일대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안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어 버전을 기반으로 미국 등 북미 시장 공략에도 나설 전망입니다. 도이치텔레콤은 미국 3위 통신사업자인 T모바일의 최대 주주입니다. SK텔레콤과 도이치텔레콤은 2018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서 양사 CEO 회동 이후 폭넓은 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사가 지분을 절반씩 가진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합작회사 테크메이커도 운영할 정도로 협력 관계가 깊습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각국 통신 사업자 동맹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통신사는 저마다 현지 가입자를 기반으로 각종 수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이를 통하면 글로벌 서비스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각국별 맞춤형 기능을 보완하는 ‘글로컬리제이션(글로벌+로컬리제이션)’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케팅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통신사가 인터넷TV(IP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를 활용해 현지에서 인기있는 지식재산권(IP)·콘텐츠를 발굴하고 제휴를 벌이면 서비스를 빠르게 대중에 알릴 수 있게 됩니다.
이프랜드 해외 진출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전망입니다. 여느 글로벌 서비스처럼 거대 통합 플랫폼을 두고, 그 안에서 각국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그간 규제에 밀려 각 플랫폼 서비스를 국가간 규모로 확장하지 못했던 외국 통신사 여럿이 이같은 취지에 동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