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정부 부처 못지않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급여와 복리후생 등은 민간 금융회사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피감 금융회사로부터 매년 감독분담금에 각종 수수료까지 챙겨가지만 인력과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운영 효율성 역시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비대면·디지털 혁신을 통해 영업점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피감 금융사는 생존 위해 혁신하는데…
2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금감원 예산은 3973억원으로 10년 전인 2012년(2844억원)보다 38.3% 늘었다. 정원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2022명으로 2012년(1722명)에 비해 17.4% 증가했다.
금감원 측은 이에 대해 국내 금융산업이 지난 10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만큼 검사 인력과 예산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국내 금융사들의 총자산 합계는 지난해 말 기준 7317조원으로 2010년(2607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금융권 종사자 수는 2019년 71만461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70만9281명, 작년 70만1586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점포 수도 2017년 3만9637곳에서 지난해 말 3만4363곳으로 감소했다.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혁신도 활발해지면서 경영 효율이 높아진 반면 금감원은 ‘덩치 키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복현 금감원장조차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간이 발전하는 것에 비해 (금감원이) 최근 5년간, 길게는 10년간 충분히 쫓아갔냐는 비판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효율성 낮은 데다 경영평가도 미공개
금감원은 금융사들에 감독분담금과 각종 수수료 명목의 채권발행분담금 등을 부과하고 있다. 금감원 수입 예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책정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승인받은 총액에 대해 각 업권 및 금융사별로 검사 투입 인력, 영업수익, 총부채 등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지출 예산도 매년 전년 대비 일부 증액해 금융위에 제출하면 적당히 감액된 뒤 승인돼왔다. 윤 의원은 “금융사의 분담금 징수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결산을 하는 공영방송 KBS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국회 승인제를 도입해 금감원 살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매년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근무하고 있는 직원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4월 말 기준 금감원의 미보임 직원은 383명, 무보직자(연수 및 휴직자)는 150명이다. 미보임 직원은 3급 수석조사역 이상인 직원 중 팀장, 실장, 국장 등 직급을 달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부서의 ‘일반 팀원’으로 근무해야 하지만 사실상 팀장을 못 다는 게 확정적이어서 퇴직 후 옮길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례가 많다.
금감원의 평균 연봉은 5급 신입 대졸 직원이 5527만원, 부원장보에 해당하는 1급은 1억4221만원으로 민간 금융사에 비해선 다소 적은 편이다. 인사평가에서 상위 10%에 포함되더라도 성과급을 포함한 총 급여가 평균보다 고작 5~10% 많은 정도다.
상여금은 금융위가 매년 경영평가를 실시한 뒤 100억원 안팎을 배정한다. 하지만 경영평가가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어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교수 회계사 등 5명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금감원 경영평가위원회는 ‘S(탁월)~E(아주 미흡)’까지 6등급으로 매기는데 과정과 이유를 담은 경영평가보고서는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윤 의원은 “금감원 경영평가제도를 법제화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평가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 국회와 국민의 사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