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장기침체 확률 60%"

입력 2022-06-28 17:35
수정 2022-06-29 01:05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 장기침체가 일어날 확률을 60%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으로 언급한 구조적 장기침체는 민간 투자 부진과 과잉 저축이 맞물리며 경제가 만성적인 수요 부진을 맞아 침체되는 상황을 뜻한다.

서머스 전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기 침체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현재 연 3%대로 아주 높지 않은데도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주목했다. 그는 “저금리에도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금기시돼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세계 경제가 이 여파를 무한정 견뎌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물가를 잡으려면 실업률이 5% 이상으로 올라가는 걸 감수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 없이 물가상승률이 2.5%까지 떨어진다면 놀랄 만한 일”이라고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자 인플레이션을 과도하게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등 긴축이 본격화하고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자 그의 경고가 재부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서머스 전 장관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