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도 원숭이두창 환자가 나온 가운데 국내 진단업계가 경쟁적으로 원숭이두창 진단시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처럼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씨젠은 28일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를 90분 내 판별할 수 있는 진단시약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2019년 질병관리청과 함께 원숭이두창 진단 기술을 개발한 미코바이오메드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인공지능(AI) 기반 시약 개발 자동화 시스템 등을 통해 진단시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씨젠은 이 제품을 유럽 등 원숭이두창이 확산 중인 해외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라도 정확한 진단으로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휴마시스는 진단 시간을 줄인 시약 개발에 나섰다. 휴마시스는 원숭이두창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50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분자진단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른 시일 내에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해 유럽에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분자진단용 시약 등 2개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용 허가를 획득하는 등 분자진단 분야의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 및 상용화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해 1월 질병관리청과 함께 원숭이두창을 포함한 15종의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등록했다. 2020년에는 원숭이두창 등 고위험 병원체 33종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질병청 용역과제를 완료했다. 회사 관계자는 “질병청에서 원숭이두창 진단기기 생산을 요청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했다. 전 세계 감염자의 85%가 유럽 지역에 몰려 있다. 지난 22일엔 국내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추가 전파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원숭이두창 치명률은 3~6% 수준이며, 어린이나 면역저하자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치료제가 있어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면 완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잠복기가 최장 21일에 이르는 원숭이두창의 특성을 감안, 의심자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PCR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선별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