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나홀로 반등'을 이어가는 중국 증시에 기대를 걸고 뭉칫돈을 밀어넣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최근의 반등 흐름은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는 안도감이 크게 작용한 '반짝 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최근 3개월의 주요 국가 대표지수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3.06%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주요국 지수들은 전부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19.47%) 미국 나스닥100(-18.01%), 미국 S&P500(-13.46%), 코스피(-13.3%), 미국 다우산업(-9.23%), 유로 스톡스50(-8.55%), 니케이 225(-5.76%) 순으로 낙폭이 컸다. 최근 주요국 글로벌 증시가 일제 하락한 가운데 중국 증시만 선방한 것이다. 이 영향인지 국내 해외주식형 펀드 중 '중국펀드' 191개에는 연초 이후에만 1조5057억원이 신규 유입됐다.
중국 증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지금을 투자 기회로 추천할까. 중국 투자 전문가인 찐링 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교육협의회가 진행한 '2022년 하반기 중국증시 대해부' 특강에 나와 최근의 증시 반등을 무조건 편승하려는 자세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中 증시, 빈도·강도 높은 호재에 나홀로 '반등'중국의 대표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성분지수는 지난 4월 26일 저점을 기록한 뒤 이달 24일까지 각각 16.05%, 24.29% 뛰었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지난 4월 26일까지 800포인트가량 급락한 것을 생각하면 상승분은 아직 미미하지만,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찐링은 증시 반등의 배경으로 '빈도·강도 높은 호재'를 꼽았다. 그는 "중국은 증시가 초반 둔화할 때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낙폭이 한계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하면 정부 차원에서 강한 지원책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 올 4월 26일 장 마감 이후부터 이달 초까지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로 정책상의 중대발표나 사회적인 희소식이 나왔다"며 "증시가 5개월 가까이 급락한 데다 호재들까지 겹쳐 현재까지 반등세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날짜들을 되짚어보면 호재들로 가득했다. 지난 4월 26일 시진핑 주석은 인프라 건설을 전면 확대해 현대화된 인프라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월 들어서는 장비·유틸리티 등 중요 산업 위주로 조건부 생산현장 재개를 시행한다든가 인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낮춘다든가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4월 말부로 1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최악의 시기는 넘겼다는 안도감, 상하이 봉쇄 해제로 인해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등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中 전문가들 신중론 "경기 개선·현지투자자 투심 확인 전까진…"하지만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금의 반등세가 반짝 상승인지, 상승랠리의 조짐인지' 여부다. 찐링은 최근의 반등 흐름을 추세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는 "시장이 급변하는 데다 국내 방역정책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 증시를 전망하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체감하기로나 수치로나 현지 시민들의 소비 심리가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연일 올랐던 것은 실질적 경기 개선을 뜻한다기보다 투자심리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데 대한 극적효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대심리를 두고선 하반기 경제지표를 통해 끊임 없이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단기 반등이 중·장기 반등으로 이어지려면 중국 경기의 확실한 개선, 현지 투자자들의 거래대금 확대 등 두 가지를 눈으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때문에 중국 주식을 시작하고자 하는 초보 투자자들은 매월 현지 경제 상황과 정책, 투자심리뿐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상황까지 파악해 가면서 달마다 시장을 주시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찐링은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국제금융공사(CICC)가 최근 펴낸 리포트 내용을 소개했다. '일단 안정, 그 후에 전진'이라는 제목의 이 리포트는 "하반기 중국 증시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승여력이 더 형성되려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호재가 지지돼야 한다"며 "우선 안정을 추구하고 그 후에 기회를 엿보면서 들어갈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