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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떡볶이 압구정점이 내 친구가 하는 곳이라면 더 잘해주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러지 않나요. 결실도 공정하게 나누고 서로를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미술, 패션 등 뿐 아니라 국내 식음료(F&B) 업계에도 대체불가능토큰(NFT)를 활용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NFT 행사 ‘NFT NYC 2022’에 연사로 참여한 'RSV 프로젝트'(RSV)도 그중 하나다.
RSV는 NFT 회원권을 기반으로한 웹 3.0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다. 요식업 종사자인 김찬혁 대표와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다니던 정동일 팀장(34)이 의기투합해 지난 5월 시작했다. 오래 숙성된 와인을 칭하는 '리제르바'(reserve)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따왔다. 숙성될수록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와인같은 경험을 회원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취지다.
두 창업자들은 지난 주 미국 뉴욕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웹 3.0는 꼭 필요한 분야에만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외식업이야말로 (웹3.0이) 꼭 필요한 곳"이라며 "음식과 공간 경험을 통해 구성원들이 교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웹3.0은 '탈중앙화'와 '상호운용'을 핵심으로 한다. 메타버스를 구현할 인터넷 시스템으로 불리기도 한다. 암호화 기술이 담긴 NFT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웹3.0 개념을 어떻게 식당에 도입한다는 걸까. 우선 NFT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겠다는 것이 이들 목표다. 멤버 전용 예약, 멤버 검색, 모임 제안이 가능한 웹(앱)을 비롯해 RSV 클럽데이, 공간 내 멤버 개인 NFT 전시 등을 지원한다. 레스토랑을 기반으로 한 '공간업'이자 '사회인들의 동아리방'인 셈이다.
이들은 "아무리 메타버스, 웹3.0 시대가 와도 사람에게 가장 고픈건 사람"이라며 "음식과 NFT라는 중간 장치가 사람간의 교류를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SV는 기존의 업무 환경을 혁신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몸 담았던 플랫폼이나 외식업 모두 성장할수록 모두가 수혜를 입기 어렵고 성장에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직원, 셰프, 서빙매니저 등 모두가 커뮤니티 일원으로 같이 보상을 받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오’(DAO·탈중앙화자율조직)를 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행사와 식당 메뉴나 음악 등 운영방식 대해 홀더(NFT 보유자)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창업자들 뿐 아니라 셰프, 스태프, 손님 모두 홀더로 일종의 주주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RSV는 기존 레스토랑 멤버십과 차이점으로 간편함과 투명성을 꼽았다. 기존 식당의 멤버십과 달리 NFT는 사면 들어가고 팔면 나오는 개념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개인정보를 적을 필요도 없고 원하는 커뮤니티의 NFT를 사기만 하면 된다"는 것.
기대만큼 우려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불황을 맞고 있는데다 NFT 자체에 문화적, 기술적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 그럼에도 이들은 "인터넷이 좋으냐 나쁘냐는 질문은 이상하지 않나"며 "이미 생긴 기술은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RSV팀은 서울 도곡동에 'RSV스페이스' 1호점을 시작으로 2026년 까지 서울에 10개의 공간을 만들 예정이며 최근 국내 주요 VC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기도 했다. 현재 일반 식당으로 운영중인 1호점은 내달 100여 개의 회원권 민팅(NFT 발행)을 한 뒤 NFT 회원제 식당으로 전환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