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3%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실종됐다. 대표적인 정책 금융 상품인 보금자리론도 4% 중반으로 훌쩍 뛰면서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70~6.40%다. 주담대 변동형 금리 범위는 연 3.63~5.796%로, 일부 은행에서만 금리 하단이 3%대를 기록했다.
1년 만에 3%대 주담대 금리가 사라진 셈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KB국민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연 3.5% 미만 금리로 판매된 비율(금액 기준)은 99.6%를 기록했다. 총 1조원을 약정했다면 9960억원에 대해 3.5% 미만 금리를 책정했다는 뜻이다. 신한(97.5%), 하나(96.9%), 우리(93.7%), NH농협(99.1%)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대부분 주담대를 연 3.5% 미만 금리로 판매했다.
일부 은행에서 주담대 금리 인하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금리 부담을 조금 줄여주는 수준에 그친다.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로 확대한다. 앞서 케이뱅크도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 우대금리를 모든 등급(8~10등급)에 일괄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서민 정책상품인 보금자리론 금리도 5%대를 바라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7월부터 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u-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60(10년)~4.85%(40년), 전자 약정 등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아낌e-보금자리론'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4.50(10년)~4.75%(40년)가 적용된다. u-보금자리론 4.85%를 기준으로, 이는 2012년 8월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또는 신혼부부 연 소득 85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시세 6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자금을 최대 40년간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서민 전용 정책대출이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적격대출 금리도 다음 달 연 4.85%까지 오를 전망이다. 적격대출은 연초 3%대 고정금리로 주목받으면서 완판 행렬을 이어갔지만, 2분기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형 주담대 상품이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10~40년 만기 원리금 분할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가격 9억원 이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다.
이처럼 서민 정책 금융상품의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지난 17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연 3.855%로 장을 마감,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HF공사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급등해 상당한 수준의 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통화 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를 통해 안정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해 나가는 것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긴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초장기 고정형 정책모기지 적격대출 금리는 다음 달 5%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거주 서민 대상 보금자리론 금리도 5%에 근접했고,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