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를 제조하는 대만 회사가 미국에 투자할 계획을 공개하면서 한국을 거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이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한국행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압박을 넣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는 미국 텍사스주 셔먼에 50억달러 규모의 실리콘웨이퍼 공장을 짓겠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300㎜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며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이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이 공장이 20여년 만에 미국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실리콘웨이퍼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1500개 가량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반도체산업의 역량 강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실리콘웨이퍼로는 자국 수요의 20% 정도만 충당 가능하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세계 3위이자 대만 최대의 실리콘웨이퍼 제조사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마크 잉글랜드 글로벌웨이퍼스 사장은 “칩스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우리는 한국행을 고려할 것(we have to pivot to South Korea)”이라고 발언했다. 칩스법이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나올 수 있는 재정적 인센티브가 없다면 텍사스주 투자 결정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는 말이다.
칩스법(Chips Act)의 골자는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20억달러(약 67조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법은 현재 미국 하원에 계류 중이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티핑포인트(갑자기 뒤집히는 점)에 서 있다”며 “의회에서 칩스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은 (반도체산업에서) 패자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칩스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단 인텔은 공장 건설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