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 송유관 짓던 佛 토탈, 왜 사업지역 축소했나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④]

입력 2022-06-29 07:00
수정 2022-06-29 08:3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2024년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어떤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까. 프랑스의 경우 ‘기업실사의무화법(이하 ‘프랑스법’)’이 2017년부터 시행 중이다. 최근 이 법과 관련한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선례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은 우간다 알버트 호수 근처 틸렝가 지역에 매장된 원유 시추를 위해 송유관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이 국립공원 지역인 사업장 인근의 생물다양성과 수자원을 침해하고, 원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토탈 측은 2018년 실사계획에서 이 프로젝트를 언급하지 않고 위험을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다뤘고,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한 개선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프랑스법에 따르면 기업의 활동으로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실사와 관련한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경고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경고가 도달한 때로부터 3개월이 지날 때까지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이를 이행하는 명령을 구할 수 있다.

토탈은 지역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충분히 보상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항변하며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2019년 10월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2021년 12월 15일 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해 민사법원의 관할을 인정하고, 지방법원으로 환송할 때까지 당사자 간 ‘관할’에 관한 길고 긴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토탈은 “기업실사의무는 기업 경영과 관련이 있으므로 그 관할이 상사법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프랑스법이 관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음에서 비롯됐다. 이를 계기로 기업실사의무와 관련해 민사법원이 다루는 것으로 입법이 이뤄졌다.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토탈은 국제금융공사의 기준을 준수한 환경 및 사회 영향평가를 시행하고 공개하는 등 기업실사의무 이행계획을 보완했다. 생물다양성 정책 준수를 위해 자발적으로 사업지역 범위를 축소하고 비사용지역은 즉시 개발권리를 포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민단체와 논의하여 원주민 이주계획 수립을 보완하고 정보 접근성을 확대했으며,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및 내부 인권보호 교육을 강화했다. 아직 이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판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토탈은 결국 시민단체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실사의무 위반으로 계류 중인 사건들은 시민단체 또는 지역주민들이 기업의 실사계획이 불충분하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측면에서 공식 경고를 보냄으로써 시작됐다. 그리고 기업이 공식경고를 일축함에 따라 법적 분쟁으로 발전했다.

기업들은 항변하는 한편, 실사계획을 구체화하려고 노력하고 사업 철수에 이른 사례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프랑스법이 실사계획을 충분히 구체화하지 않음에 따라 그 해석에 대한 다툼이 분분하다는 것 또한 참고할 만하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불거진 구체적인 사례들을 자세히 살피며 다가오는 공급망 실사법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 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