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27일 권노갑 상임고문 등 민주당 원로들과 비공개로 오찬 회동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 결심을 어느 정도 굳힌 상황에서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원로들의 조언을 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하고 최근 정국과 당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오찬에는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정대철 문희상 등 상임고문 다섯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 좌장으로 통하는 권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역시 동교동계인 정대철 고문은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김원기 고문과 임채정 고문, 문희상 고문은 열린우리당 의장과 국회의장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열린 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연이은 패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당시 권 고문은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못한 근본적 원인은 계파정치에서 비롯된 분열과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문 고문은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안다”고도 했다. 당내 반대에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선 이 의원과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를 직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이 원내 입성 후 처음으로 인사차 고문님들을 뵌 자리”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최근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지금 전당대회에 나올 만한 인물은 이재명밖에 없다”며 이 의원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핵심 당원들은 ‘내가 안 할 테니 너도 하지 말라, 네가 하지 않으면 나도 안 하겠다, 누구는 책임 있으니 나오지 말라’ 등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설도 돈다.
박 전 위원장이 최근 당대표 도전 의사를 이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말도 나왔다.
오형주/설지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