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해 7월 신한카드를 통해 국내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구매했다. 나라별로 연령대·성별 같은 고객의 특성과 결제한 업종, 시간대 등에 따라 온라인 결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분석하고 싶었던 구글에 신한카드의 소비 데이터는 ‘가뭄의 단비’였다. 카드 결제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도 방대한 실시간 소비 데이터를 외부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가공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구글 내부에서도 ‘한국 신한카드에서만 구할 수 있는 데이터’라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신한카드가 단순 신용카드회사를 넘어 빅데이터 컨설팅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 처음으로 구글 비자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해외에서 손꼽히는 기업·기관에 데이터를 수출하며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카드사만이 보유한 생생한 소비 데이터와 신한카드가 10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 분석 역량이 무기다. “데이터 수익 매년 30~50% 증가”27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2014년 2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연간 데이터 판매 수익은 2017년 20억원, 지난해 1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6750억원)과 견주면 미미한 규모지만 성장세는 모든 사업 부문을 통틀어 가장 가파르다. 안성희 신한카드 데이터비즈챕터 본부장은 “올해도 30%가량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향후 3년간 매년 30~50%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신한카드에서 데이터를 구입한 기관은 작년에만 93곳에 달한다. 그중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제금융기구인 ADB도 있다. ADB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강종우 박사 연구팀은 신한카드에서 한국 가계의 재난지원금 교부 전후 소비 데이터를 받아 재정정책의 효과를 분석, 그 결과를 지난 3월 저명한 사회과학 학술지에 게재했다. 해외 국제기구에 국내 기업이 데이터를 판매한 것은 처음이었다.
안 본부장은 “약 3000만 명의 회원 데이터는 물론 2013년부터 빅데이터연구소를 운영해오며 축적한 데이터 분석·연구·컨설팅 인력이 핵심 역량”이라며 “데이터 경제 시대가 되면서 모든 산업이 비즈니스 전반에 카드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말 직접 개발한 소비 기반 탄소배출지수 ‘신한 그린 인덱스’를 공개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컨설팅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매출 측정이 어려운 스타트업 가치 평가에 카드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데이터 사업’ 이끄는 카드사국내에선 민간 소비의 70% 이상이 카드 결제로 이뤄진다. 카드사들은 앞다퉈 방대한 소비·결제 데이터를 사업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3600만 명의 고객 데이터와 320만 곳의 가맹점 정보를 보유한 비씨카드는 지난해 8월 기업 맞춤형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비씨 아이디어’를 시작했다. 의뢰 기업의 이용자 소비 패턴과 상권 분석, 판매 채널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주고 사업 전략까지 제안하는 서비스다.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빅데이터 플랫폼 ‘링크 파트너’로 일찌감치 데이터 마케팅에 뛰어든 삼성카드도 데이터 공급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카드는 금융데이터거래소에 276개 데이터를 등록해 판매 중이다. 국내 카드사 중 최대 규모다. 국민카드도 작년부터 상권 정보, 데이터 맞춤형 분석, 마케팅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통합 플랫폼 ‘데이터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