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세대란’ 우려가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정부가 계약 갱신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세 물량이 쌓이고 전셋값은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다만 입주 물량이 적거나 서울 도심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단기 급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여전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5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88건)에 비해 35.32%(7203건) 늘었다. 전세 매물 증가율은 용산구가 가장 높았다. 이날 기준 용산구의 전세 매물은 828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67%(518건) 증가했다. 이 기간 관악구(150%)와 서대문구(135%)의 전세 매물 증가율도 높았다.
단순히 전세 매물만 쌓이는 게 아니라 전셋값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7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주간 기준으로 단 한 번의 상승도 없이 줄곧 하향 내지 보합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에서 전셋값의 절대적 수준이 높아진 데다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요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공급만큼 수요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예년에 비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다소 증가한 영향도 있다.
올 1분기만 해도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된 전세 물량이 시중에 풀리면서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집주인들이 그간 올리지 못한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7월 전세시장에 큰 동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8월 전세대란이 설(說)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 전세 물량은 계약 만료 2~3개월 전에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전세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직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하고, 종전 양도세 비과세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조항도 면제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사례가 8월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8월 이후에도 쭉 분산돼 있어 특정 시기에 전세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부동산 지표만으로 올 하반기 임대차 시장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기간이 다가올수록 서울 주요 도심의 인기 지역엔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아파트 입주량이 많지 않거나 교통망 확충 예정지 등에선 국지적으로 수급 불안이 생길 요인이 있다”며 “정부의 제도 완화 이후에도 꾸준히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