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두 달여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공동으로 청구했다.
법무부는 27일 오후 헌재에 올해 4월 30일과 5월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대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청구인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 관련 업무 담당인 대검찰청 김선화 공판송무부장·일선 검사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올해 9월 10일 시행되는 개정법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되면 헌재의 본안 판단 전까지 개정 법률의 효력이 정지된다.
개정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했다.
아울러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동일 범죄사실 내에서만 보완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법무부는 '헌법쟁점연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친 결과, 법률 개정 절차의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입법 과정에서 합리적 토론 기회가 봉쇄되고, 실질적 다수결 원칙이 무시됐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위장 탈당'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의 안건조정 절차가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회의 단계에서는 '회기 쪼개기' 방법으로 소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무제한 토론 절차가 봉쇄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임위 상정안과 무관한 안이 본회의에서 수정 동의안으로 제출되며 심의 과정까지도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법률 개정 내용도 주권자인 국민 기본권의 심대한 침해를 초래하는 위헌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축소에 따라 수사 기능에 공백이 생기는데,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금지된 부분은 경찰 수사를 무조건 받아야 하는데, 이는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한다고 봤다.
또한 수사기능 축소에 따른 공소기능 행사에도 큰 지장이 생겨 역시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는 검사의 공소기능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명백히 위배된다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청구는 위헌적 절차를 통해 통과된 위헌적 내용의 법률이 국민께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앞으로 헌법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