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과도한 인력 확대 '역풍'…공기업 올 채용 대폭 줄인다

입력 2022-06-26 17:44
수정 2022-06-27 13:21

공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을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고강도 개혁을 주문하면서 ‘비대해진 인력 구조’를 손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엔 공기업 채용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과도하게 늘린 게 지금은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올 하반기 ‘채용 절벽’ 가능성26일 한국경제신문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올라온 36개 공기업 전체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신입직원 채용공고(정규직,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체험형 청년인턴 등)가 난 인원은 총 4886명이었다. 작년 상반기(5073명)보다 3.7% 줄었고, 2020년 상반기(1만3명)에 비해선 반토막이 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올 상반기 채용공고 인원이 ‘청년 체험형 인턴’ 50명뿐이었다. 작년 상반기엔 정규직·채용형 청년인턴 총 70명과 체험형 인턴 49명 등 모두 119명을 뽑겠다는 공지를 냈지만 올 상반기엔 정규직과 채용형 청년인턴 없이 체험형 청년인턴만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뽑기로 한 것이다. 체험형 인턴은 5개월짜리 인턴으로, 정규직 입사시험 지원 때 필기전형에서 가점을 받지만 정규직 채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 상반기 인턴사원과 비정규직, 보훈·장애인·고졸 사원 등을 합쳐 219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작년 상반기 총 335명(일반공채 270명, 보훈공채 65명)을 뽑은 데 비해 35%가량 줄었다.

상당수 공기업은 그나마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공고를 냈지만 하반기 이후엔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주요 자회사는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고강도 자구책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한전 계열사 관계자는 “현재 기존에 계획한 채용만 진행하고 향후 채용 계획은 일단 멈춘 상태”라며 “당분간 퇴직 예정자 수 이상으로 신규 채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KDN은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방침에 따라 인력 채용 관련 부서를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채용 관련 부서 축소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향후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익명을 원한 다른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도 “당장 올 하반기 채용도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의 비슷한 기관들도 분위기 자체가 몹시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 ◆文정부 때 공기업 인력 확대 부메랑공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축소 조짐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채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재무구조가 악화하는데도 문재인 정부 방침에 따라 인력을 대폭 늘리다 보니 지금은 채용 여력이 줄어든 데다 때마침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주문하면서 예년 수준의 인력 채용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22 대한민국 공공기관’ 자료를 보면 350개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의 정규직원은 작년 말 41만6191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30만7690명)보다 10만8501명 늘었다. 공공부문 정규직 4명 중 1명이 문재인 정부 5년간 채용됐다는 계산이다. 한경이 이를 들여다본 결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신규 채용 인력은 문재인 정부 5년간 1만591명으로 직전 5년(2012~2016년)간 2006명의 5.3배에 달했다. 한전은 2012~2016년에 4672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2017~2021년엔 이보다 65.2% 많은 7719명을 뽑았다. 지난 5년간 갑자기 인력 채용을 늘린 만큼 앞으론 추가 채용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 정책으로 공공부문이 비대해지고 부실화했다”며 “공공부문 혁신을 위해서는 사업과 인력을 전면 재검토하고 채용 인원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