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주식시장이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나타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세계 증시를 끌어내리는 가운데서도 한국 증시는 특히 부진한 성적을 냈다. 수출 실적 둔화 전망과 코앞으로 다가온 한·미 금리 역전, 쏟아지는 손절 및 반대매매 물량이 국내 증시를 짓누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지수는 16.01%, 코스피지수는 11.89% 하락했다. 세계 대표 주가지수 40개 가운데 각각 하락률 1, 2위다. 높은 인플레이션(5월 60.7%)으로 기준금리가 연 52%에 달하는 아르헨티나(머발, -10.49%)보다 더 높은 하락률이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5.33%, 3.92% 떨어졌다. 다우지수도 4.51% 내렸다.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낙폭은 두드러진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하락폭이 2.89%에 그쳤다. 한국처럼 반도체업종 비중이 큰 대만의 자취안지수는 8.95% 하락했지만 한국보다는 낙폭이 작았다. 곧 상하이 봉쇄를 완화하고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31% 상승했다.
이달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총 5조376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외국인 매도세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수출 둔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내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한국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아도 미국 기준 금리가 한국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이달 1~20일 한국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4% 감소했다. 수출 둔화는 국내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까지 크게 위축되면서 매수 주체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2100까지 밀릴 수도"…증권가, 하반기 전망치 속속 하향달러당 1300원에 육박한 환율도 환차손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진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신흥국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가 중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올해 통화 완화 정책을 펼 여력이 있는 데다 플랫폼기업 규제 완화, 대출 우대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개인의 매수세는 실종됐다. 오히려 신용거래와 차액결제(CFD) 관련 반대매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하루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209억7600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하루평균 반대매매 액수(164억7800만원) 대비 27%가량 증가했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또다시 주가 하락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 하단을 서둘러 낮추고 있다. KB증권은 하반기 경기 침체 전망을 고려해 코스피지수 하단을 2100으로 제시했다.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2400~2850에서 2200~2700으로, 삼성증권은 2500~3000에서 2200~2700으로 낮췄다.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잦아들고 중국 상하이의 ‘방역전쟁 승리 선언’까지 전해졌다”며 “중국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에 성공한다면 코스피지수도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