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회사와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같은 시멘트 회사의 주가가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19~31%가량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멘트·철강업체 타격
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이 주요 기업의 주가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앞으로 1년 동안 비금속광물 업종 상장사(시멘트 업체 등)와 1차금속 업종 상장사(철강·비철업체 등)의 주가가 각각 31.3%, 19.4%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가스·증기 공급 업종 상장사(발전업체 등)의 주가는 6.2%, 화학 업종 상장사는 4.2%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2021년 말 t당 3만5100원에서 올해 말 8만5900원으로 145% 오른다는 상황을 전제로 이같이 분석했다. 145%는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폭이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로 미래 현금흐름이 악화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시행령을 통해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에 비해 40%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종전(26.3%)보다 탄소 감축 목표치를 13.7%포인트 높게 잡았다. 감축 목표를 높인 만큼 탄소배출권 가격이 큰 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은 탄소배출량이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 할당량보다 많을 경우 초과분만큼 배출권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탄소 규제가 강화된 만큼 수요가 늘어난 탄소배출권 가격도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은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 흐름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아 작년 유럽의 가격 상승률을 단순 적용해 계산했다”며 “불어난 탄소배출권 매입 비용을 고려해 기업의 부가가치 감소 폭과 주가 흐름을 산출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비용구조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전기·가스·증기 공급 상장사의 부가가치(기업 영업이익+이자 비용+인건비)는 예년 대비 10.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1차금속 업종 상장사와 비금속광물 업종 상장사의 부가가치는 각각 5.2%, 3.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탄소 감축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들도 탄소중립 제도 변화와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 전략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충격 과장됐다” 반론도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폭이 유럽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정부는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탄소 감축 의무를 부여받은 기업에 연 단위로 배출권을 무상 할당했다. 지난해부터는 배출권의 유상 할당 비율을 10%까지 늘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무상 할당 비중이 높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을 낮춘 한국 기업 중 상당수가 적잖은 배출권을 쌓아놓은 배경이다. 공급이 늘면서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초 t당 3만5100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똑같은 탄소배출권이 유럽(11만9000원)의 3분의 1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에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기업에 나눠주는 배출권 무상 할당 비중을 다시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무상 할당 비중이 높아지면 배출권 가격 상승세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