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노래를 듣고 정말 많이 위로받았어요.”
방탄소년단 뷔가 지난 2월 팬들에게 한 곡을 추천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백호 씨가 부른 ‘바다 끝’(2017)이란 노래다. 뷔의 추천과 함께 ‘바다 끝’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래되고 낡은 것은 소외되는 법이다. 그런데 최백호의 주름 잡힌 목소리, 세월의 흔적이 가득 내려앉은 노래는 어쩐 일인지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특히 그는 후배 가수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이유는 2013년 자신의 앨범에 들어갈 ‘아이야 나랑 걷자’란 노래를 최백호와 함께 불렀다. 린, 에코브릿지, 기타리스트 박주원 등도 그와 함께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했다. 닮고 싶은 선배 가수로도 꼽힌다. 김호중은 “최백호 선생님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가수”라며 “선생님처럼 나중에 음악을 그만두는 날까지 ‘저 사람 노래하는 사람이지’라고 불리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최백호의 음악은 영화, 드라마의 OST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바다 끝’은 영화 ‘자산어보’와 tvN 드라마 ‘나빌레라’에 나왔다. ‘The Night’란 노래는 JTBC 드라마 ‘괴물’의 OST로 쓰였다. 이 덕분에 대중도 그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부산에 가면’은 2013년 노래지만,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최백호는 “가수로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가수들과 호흡하면서 제가 오히려 배웁니다. 덕분에 젊은 작곡가분들도 자신의 노래를 불러달라고 많이 요청해 주는 것 같아요. ‘부산에 가면’도 중년들은 오히려 모르는데 젊은 분이 많이 아셔서 신기합니다. ‘내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죠.”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