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위조했으니 즉각 사형"…英 '파운드' 지폐 탄생의 비밀 [더 머니이스트-홍기훈의 슬기로운 금융생활]

입력 2022-07-05 06:30
수정 2022-08-03 00:02

영국은 혁명 프랑스와 전쟁을 수행하느라 많은 금을 지출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금화는 부족해집니다. 금화 유통량이 줄어들자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상거래 활동도 저해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영란은행은 1797년 1파운드 지폐를 발행하게 됩니다.

초기 1파운드 지폐는 수기로 제작돼 필요한 개인에게 직접 발행됐습니다. 발행 날짜, 지급인의 이름, 발행인의 사인이 들어간 지폐는 현대적인 개념에서 보자면 수표의 형태에 더 가까웠습니다.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초기 1파운드 지폐에 대한 위조가 성행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위조 방지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 보니 위조지폐들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폐를 위조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지폐를 위조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합니다. 해당 조치는 부족한 금을 지키기 위해 나폴레옹이 사망하는 1821년까지 유지됐던 은행의 금 반출을 금지하는 은행규제법이 시행되던 기간인 금지 기간(Restriction Period) 행해집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300여명 정도가 교수형에 처할 정도로 지폐 위조를 강력하게 규제했습니다.

또 금지 기간 지폐를 금으로 바꾸어 주지도 않고 지폐가 유통되게 허용합니다. 이 기간 영국은 일시적으로 금본위제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1815년 워터루 전투를 기점으로 나폴레옹 전쟁이 마무리되자 심각했던 금 부족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됩니다. 그러자 1817년부터 영국 정부는 1파운드 지폐를 0.2354온스의 금을 포함하는 소브린(sovereign)이라는 금화로 바꾸어줍니다.

이후 1821년에는 1파운드 지폐의 발행을 중지합니다. 공식적으로 영국은 다시 금 보유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금화를 사용합니다. 세계 1차대전으로 인해 금 지출이 많아지자 다시 은행의 금 반출을 막고 1파운드 지폐를 발행합니다. 이때 발행된 1파운드 지폐의 별명이 '존스(Johns)'였는데, 이는 당시 재무부 상임 비서관이었던 존 브래드버리(John Bradbury) 경의 사인이 지폐에 포함된 데 따른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기훈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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