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좋다" 동급생 상습 폭행…극단 선택 내몬 10대들 실형

입력 2022-06-24 23:16
수정 2022-06-24 23:19

"맷집이 좋다"며 동급생을 상습 폭행해 극단 선택으로 내몬 10대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2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고교생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들은 키 180㎝에 몸무게 90㎏이 넘는 동급생 A군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군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B군(18)은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선고받았다. C군(18)·D군(18)은 각각 장기 2년에 단기 1년을, E군(18)과 F군(18)은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5명 중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2명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가정·학교 위탁 교육 등 처분을 하게 되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이 송치됐다.

A군은 체격과 달리 유순한 성격으로 자신보다 작은 급우들이 장난을 쳐도 받아줬다.

"맷집이 좋다"며 A군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던 가해 학생들은 샌드백을 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A군을 심하게 때리기 시작했고, 장난으로 포장된 폭행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이들은 "때려도 안 아프다고 하더라. 맞고도 웃었다"며 죄책감 없이 A군을 폭행했고, 춤을 추라고 시켰다가 빗물이 튀었다며 뺨을 때리고 4층에서 1층까지 목말을 태우라고도 했다.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주짓수나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A군의 목을 졸랐다. 이 모습을 촬영하던 다른 한 명은 A군이 정신을 잃자 "기절한 척 하지마"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A군은 친하다고 주장하던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게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십 차례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결국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다"는 편지를 남긴 뒤 지난해 6월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착하고 온순해서 작은 친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줬고, 아무도 학교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다 힘겨운 삶을 떠났다"고 말했다.

또 "다음 주면 1주기가 되지만 부모님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로 저 자리에서 재판받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피해자를 괴롭히고 무너지게 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법정에서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며 책임을 줄이려 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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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